흔들리는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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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중국 고전 서경(書經)에 ‘민심지욕 천필종지(民心之欲 天必從之)’라는 글귀가 나온다. 백성이 원하는 곳으로 하늘도 이끌린다는 뜻이다. 그 옛날에도 민초들을 위하는 사람다운 이들이 있었다는 얘기다. 맹자도 군주의 자리를 주고 뺏는 건 하늘이라 했다. 하늘은 반드시 민의가 따르는지 살핀 다음 덕이 있는 자를 군주로 고른다는 게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집어버릴 수도 있다는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라는 말과 맥이 같다. ‘민의가 정권을 만들기도, 몰락시키기도 한다’는 의미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엔 이런 말도 있다. ‘백성의 입을 막기란 물길을 막기보다 힘들다(防民之口 甚於防水)’. 민심을 잃으면 홍수보다 더한 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의미다.

▲“수백 종류의 치즈가 있는 나라를 어찌 맘대로 다스리겠는가.” 드골은 민심이 얼마나 변덕스러운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프랑스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던 그는 이른바 ‘68혁명’으로 임기 중 물러나야 했다. 드골 밑에서 문화장관을 지낸 앙드레 말로가 낙향한 드골을 찾아가 ‘국민에게 섭섭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드골은 “역사의 심판에 맡기면 된다”고 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인터뷰에서 “국민은 사육사가 아무리 잘 해줘도 자기 발을 밟거나 비위에 거스르면 물어버리는 호랑이 같은 존재”라고 했다. 어느 정권이든 국민을 호랑이처럼 여겨 늘 겸허하게 더 노력해야 한다는 고언이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자기가 뭘 좀 했다고 해서 국민이 고마워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바보”라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 50% 밑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한국갤럽이 지난 주말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9%에 머물렀다. 갤럽은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감소, 부동산 시장 불안정 등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자칫 국정수행 동력을 상실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는다.

늘 그렇듯 민심은 여름 날씨처럼 변덕스럽다. 우리 대통령들은 70~80%로 시작한 지지율이 종내 10~20%에서 끝났다. YS는 6%, 박 전 대통령은 4%까지 추락해 천당과 지옥을 오가기도 했다.

민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과감한 정책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앞에 간 수레가 엎어진 걸 보고도 경계하지 않는다면 설 곳을 잃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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