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의 맹구지환(猛狗之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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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송나라에 술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었다. 주인은 친절하고 술 인심도 넉넉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손님이 줄었다. 손님이 줄자 정성스레 담은 술도 오래갔다. 술이 시어지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결국 손님의 발길이 끊겨 주막 문을 닫게 되자 주막집 주인은 마을에서 지혜로운 한 어른을 찾아가 이유를 물었다. 어른은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네 주막의 개가 사나워서 그런 것이다.” “손님이 오면 그토록 짖어대고 심지어 술 심부름 온 어린아이에게 물어뜯기 위해 달려드니 누구도 가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술이 맛있어도 사나운 개가 있는 한 손님이 안 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니라.” 한비자에 나오는 맹구지환(猛狗之患)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섬 속의 섬 우도의 ‘떠돌이 개’ 때문이다. 이 섬은 사람보다 말(馬)이 먼저 터전을 잡았다. 그래도 이름은 섬의 형태 때문에 우도(牛島)다. 어르신들은 ‘소섬’이라고 즐겨 부른다. 조선 숙종 23년(1697년)에 국유목장이 설치되면서 국마(國馬)를 사육했다. 제주목사 이형상의 탐라순력도에도 ‘우도점마(牛島點馬)’ 모습이 나온다. 이 목사는 숙종 28년(1702년) 7월 성산포를 떠나 우도를 찾았다. 당시 마필수는 262필이다. 그 후 이원조 목사가 장계를 올려 우도 목장의 개간을 허락받은 헌종 8년(1842년)부터 사람들이 이주하기 시작했다. 이런 섬이 이제는 연간 200만명이 찾는 우리나라의 대표 관광지다.

요즘 이 섬은 유기견이 대세다. 일부 관광객이 예쁘고 귀엽다며 함께 섬을 찾았다가 싫증이 나자 두고 가버린 것이다. 여기에 누군가가 풀어놓은 방치 견들과 짝짓기를 하면서 개체 수가 크게 늘었다. 그 수가 족히 300여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유해동물포획단 등이 지난해 92마리를 포획했고, 올해 들어 지금까지 112마리를 잡았는데도 거리와 들에서 심심찮게 목격되는 것을 보면 과언이 아닐 듯싶다.

민원이 쇄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차량 흐름을 방해하고, 어린이와 노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떠돌이 개가 이슈로 부상한 지도 10년이 된다. 그동안의 대책으로는 소용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출입항 입구에 반려견 임시 보호소를 운영하든지, 반려견 출입 관리, 반려견 동반 입도 금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집의 개가 사나우면 손님이 뜸하다는 말이 자칫하면 우도에 적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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