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도 텅 빈 저류지, 뭐 하러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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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런 방재행정이 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막대한 예산을 들인 저류지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침수피해를 키우고 있다니 하는 말이다. 지난 13일 표선지역은 시간당 최대 80㎜의 물 폭탄이 쏟아졌다. 도로 곳곳이 허벅지까지 물이 차올라 대형버스가 되돌아가야 할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 물이 차 있어야 할 저류지는 아예 바닥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본지 어제자 5면에 보도된 해당 저류지의 사진은 바닥에 자갈이 훤히 보일 정도로 멀쩡했다. 그런 곳이 2군데나 확인됐다. 인근이 온통 물바다가 된 상황이라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로 인해 곳곳에서 물난리가 난 건 불문가지다. 저류지로 연결된 배수로와 집수관이 제구실을 못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입지 및 설계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배수개선을 목적으로 한 저류지가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2016년 태풍 ‘차바’ 내습 때 시간당 170㎜의 폭우에도 한천 제2저류지는 물이 흘러들지 않아 텅텅 비었던 적이 있다. 한천이 범람해 차량 수십여 대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같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저류지 확충은 2007년 태풍 ‘나리’의 악몽이 그 계기가 됐다. 당시 14명이 숨지고 1300억원의 재산 피해를 낸 재앙이었다. 그후 총 2974억원을 투입해 229곳의 크고 작은 저류지가 조성됐다고 한다. 허나 앞의 사례처럼 저류지 실태가 이렇다면 재난예방 효과는 기대 이하이면서 예산만 펑펑 쏟아 붓는 꼴이다. 상시화된 재난상황에서 실로 애물단지나 다름없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태풍과 집중호우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곳이 제주다. 원희룡 지사가 지난달 태풍 ‘솔릭’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저류지 확대·지원을 건의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집중호우 때 저류지가 무용지물이나 진배없다면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이 사안 또한 공직의식의 문제라고 본다. 심기일전해 원인 진단과 함께 관리시스템을 보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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