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벚꽃 잎이 비를 맞으며 눈꽃이 돼 휘날렸다. TV에서만 종종 봤던 정치하시는 분들이 추념식에 참석했다. 그 사람들보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TV화면을 가득 채우고 흐느껴 울고 있다. 4·3사건의 유족들이다.
국가공권력에 의해 무고한 양민이 희생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 4·3사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제주에만 국한된 애도의 날이다.
애도의 날 빗소리를 들으며 나는 오답노트를 쓴 적이 있다. 시험이 끝나면 오답노트를 쓰곤 했다.
제주의 역사 4·3의 진실도 우리들의 오답노트에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통의 기억을 간직한 유족들을 위해 침묵과 한의 응어리를 풀 수 있게 오답노트를 써야 한다. 가족을 잃은 슬픔이 끊이지 않았던 제주, 희생자들의 고통이 타인의 고통이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억울함을 가슴에 담고 견뎌 온 유가족들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4·3은 역사상 6·25 전쟁 다음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임이다. 이것이 바로 제주 4·3사건의 진실이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답을 오답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 만약 4·3이 그렇게 어쩔 수 없는 역사적 과정이었다면 왜 굳이 이렇게 숨겨야만 했는지 되묻고 싶다.
역사는 진실 그대로 쓰여져야 하고, 후대에 올바로 전해져야 하며, 결코 잊혀져서는 안 된다.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이 영면하고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게 평화와 인권이 살아있는 진정한 세계 평화의 섬이 됐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