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과 군대: 괌, 오키나와 그리고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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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수, 리쓰메이칸대학 국제관계학부 특임교수

작년 8월 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서태평양의 괌 주변 수역을 표적으로 삼는다는 이른바 ‘괌 포위사격계획’을 밝혔다. 이로 인해 미국의 ‘잊혀진 식민지’라고도 불리는 괌이 갑작스레 국제 정치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괌은 미태평양함대의 거점기지가 들어선 섬으로서 한국전쟁이나 베트남전쟁에 활용되었다. 냉전 후 한때 기지 기능이 줄어들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지구 규모의 미군 재편의 영향으로 기지 기능이 현저하게 강화되었다.

그런 괌에도 16만 남짓의 주민들이 산다. 하지만 괌은 미국에 속하면서도 준주(territory)로서 주민들은 대통령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 못하고 주민들의 의사를 외면한 일방적인 군사화가 추진되어 왔다. 북한의 괌 표적 계획은 이런 괌의 주민에게도 큰 충격을 가져왔다.

괌 연구자인 나가시마 레오(長島怜央)에 의하면 주민들의 충격은 상반되는 두 가지 반응으로 양분되었다. 2006년 오키나와에서의 해병대 이전 계획이 밝혀지면서 괌 주민 사이에서도 탈군사화의 기운이 고조되는데 북한의 표적계획은 그런 움직임에 박차를 가했다. 한편 미군의 억지력에 대한 신뢰감을 표하고 북한 위협에 대응한 방위력 강화를 주장하는 주민도 적지 않다.

섬의 군사화와 이를 둘러싼 주민 간의 분열이나 갈등은 오키나와에서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다. 6월 ‘해외논단’(오키나와의 쓰라린 선택)에서도 언급했듯이 오키나와는 후텐마기지의 헤노코 이전을 둘러싸고 그야말로 주민들을 양분시키는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오는 30일에는 헤노코 이전에 반대해 온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지사의 타계에 따른 지사선거가 치러진다. 투표일 10일정도 앞두고 오나가 지사의 뜻을 이어받은 후보와 헤노코 이전을 추진하려는 후보가 격심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섬의 군사화는 제주에서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제주가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됐을 무렵 4·3의 아픔을 겪은 제주가 평화, 인권의 메카가 되리라 기대가 부푼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곧 이어서 강정 기지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전해지면서 혼란 속에서 기지건설이 강행되는 상황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봐 왔다.

기지를 둘러싼 논란은 오는 10월에 예정된 국제관함식을 둘러싸고 다시금 재현되는 모습이다. 미 해군 항공모함을 비롯해서 50여 척의 군함이 강정을 찾는다는 관함식을 한반도의 평화를 주도하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람을 금할 수 없다. 미중 갈등을 진원으로 하는 서태평양의 군사화 상황을 감안하면 제주가 그러한 군사화의 소용돌이에 말려들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조차 느껴진다.

지난 7월 말 강정 마을회는 국제관함식 유치에 찬성을 밝혔다고 한다. 물론 생활 거점을 일본에 두는 필자로서는 주민들의 뜻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군사기지의 문제는 해당 지역사회의 자치 문제임과 동시에 지역사회를 넘어서는 그 나라의 안전보장에 관한 문제다. 지역주민들에게 그 결정을 떠넘기는 것은 오키나와의 사례가 그렇듯이 너무 가혹한 부담을 주민들에게 지게 하는 일일 수도 있다.

도민적, 나아가서는 국민적인 합의 형성을 위한 보다 폭넓고 신중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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