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민족의 영산’ 백두산 정상에서 두 손을 맞잡았다.
특히 남북 정상 부부와 수행원들이 한라산을 소재로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빠르면 연내 서울 답방을 약속한 김 위원장이 한라산을 찾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방북 사흘째인 이날 오전 7시27분께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 오전 8시20분께 삼지연 공항에 도착했다. 삼지연 공항에서는 먼저 도착해 있던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영접했다.
남북 정상 부부는 자동차를 타고 쾌청한 가을 날씨 속에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담소를 나누며 산책했다. 이어 10시10분께 케이블카를 타고 10시20분께 마침내 천지에 발을 디뎠다.
문 대통령은 “한라산에도 백록담이 있는데 천지처럼 물이 밑에서 솟지 않고 내린 비만 있어서 좀 가물 때는 마른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이 천지 물에 다 담가서 앞으로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 나가야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분단 이후 남쪽에서는 그저 바라만보는 그리움의 산이 됐으니까 앞으로는 남측 인원, 해외동포들이 와서 백두산을 봐야지요”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남쪽 일반 국민들도 백두산으로 관광올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동행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번에 서울 답방 오시면 한라산으로 모셔야 되겠다”고 운을 띄웠다.
이에 문 대통령은 “어제·오늘 받은 환대를 생각하면, 서울로 오신다면 답해야겠다”고 말했다.
송영무 국방부장관도 “한라산 정상에 헬기 패드를 만들겠다. 해병대 1개 연대를 시켜서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리설주 여사도 “우리나라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고 말을 이었다.
이에 김정숙 여사는 “한라산 물을 갖고 왔다”며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부부는 실제 천지 물을 제주삼다수 병(500㎖)에 담아 합수했다.
이처럼 지난 19일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교류 협력 확대 의지를 피력한 남북 정상의 백두산 동반 산책은 4·27 판문점회담 때 도보다리 대화에 이어 상징성을 띤 역사의 명장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찬 후 삼지연공항에서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환할 예정이다.
한편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서울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서울 방문 때 한라산에 갈 수도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매우 좋은 아이디어 같다. 아직 시간이 있고 준비 기간도 필요해서 좋은 제안으로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도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김 위원장이 약속한 서울 방문 시 ‘평화의 섬’ 제주의 한라산 방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생모 고용희의 아버지인 고경택은 제주 출신이다.
평양공동취재단=김재범 기자 kimjb@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