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인재 홀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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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정치부장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서류전형부터 성별과 학력, 나이, 출신지, 가족관계 등을 기재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다. 대통령비서실 전문임기제 공무원을 뽑은 결과 합격자 6명 전원이 여성이었다. 이정도 총무비서관은 “블라인드 채용이 아닌 관행대로라면 이런 결과가 안 나왔을 수 있다”고 했다.

제11대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출범하자 김태석 의장은 의회인사권 독립을 천명했다. 사무관(5급) 직급인 정책자문위원을 5년 임기제에서 정년(60세)이 보장되는 별정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지난 8월 한 명을 뽑기 위해 공고를 낸 결과, 전국에서 23명이 지원했다. 이들 모두는 박사 또는 석사학위를 갖춘 고급 인력들이었다. 소위 ‘스카이’라고 불리는 명문대 출신 박사들도 지원해 눈길을 끌었다.

제주 출신 3명을 포함해 최종 8명에 대해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한 결과, 제주 출신은 모두 탈락했다. 국회에서 9년간 비서관 및 보좌관을 하며 스펙을 쌓은 타 지역 출신이 첫 별정직 정책자문위원이 됐다.

민선 7기 원희룡 도정의 조직개편에선 개방형직위가 화두다. 개방형직위는 기존 15개에서 36개로 확대됐다. 이는 전국 광역 지자체 중 서울시(44개 직위)에 이어 두 번째다.

제주도는 우선 3·4급 9개 자리에 대해 지난달 31일 개방형직위 공모를 마감했다. 그 결과 52명이 응모했는데 33명(63%)은 도외 출신이었다.

원희룡 지사는 제주에 대기업이 없는 여건을 감안, 청년 일자리 창출을 제1공약으로 내걸었다. 지역인재를 발굴하고 채용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그런데 제주도와 의회가 전국을 대상으로 외부 전문가를 수혈하고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다보니 제주 출신들은 설자리가 좁아진 것 같다. 대기업과 국책연구소가 없는 까닭에 타 지역 출신보다 스펙 쌓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개방형직위를 대폭 확대하고 정년까지 보장하는 별정직 채용을 내걸자 명문 대학과 유명 연구소 등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고급 인력들이 제주로 몰리고 있다. 제주에서 실력을 갈고 닦았던 인재들이 잇따라 고배를 마시고 있다.

이에 원희룡 지사는 지역출신에게 가점을 부여하겠다고 밝혔고, 김태석 의장은 보완 대책을 주문했다. 그 일환으로 면접에서 다양한 제주 현안을 질문하는 방안이 채택됐다.

그런데 채용담당자들이 도외 출신들에게 제주 현안을 질문하니 제주 출신보다 오히려 명쾌하게 답변했다고 한다. 기사 검색을 하고 각종 자료를 찾아내 제주 현안까지 달달 외워둔 것이다. 제주 출신이 외지인보다 제주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되레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

공직사회에선 개방형 고위 공직자 자리를 외지인들의 ‘사냥터’로 빗댈 정도다. 개방형이라는 말처럼 전국을 대상으로 공직 문호를 개방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제주 출신들은 되레 홀대를 받는 현실에 처했다.

도의회 고태순 보건복지안전위원장은 “보건복지여성국장에 왜 외부전문가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10대에 이어 11대 의회에서도 보건복지안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개방형 국장보다 오히려 공직내부 국장이 조직이나 의회 기능에 대한 이해와 정무적 판단은 물론 정책추진 능력이 더 있었다”고 도정에 충고했다. 앞으로 개방형으로 입성할 인사를 두고 뒷말이 많은데다 지역인재 홀대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인사가 만사(萬事)라는데 첫 단추부터 잘못 꿰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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