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무 파동 '검정무'가 구원 투수로 떴다
월동무 파동 '검정무'가 구원 투수로 떴다
  • 좌동철 기자
  • 승인 2018.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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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선 이미 약용작물로 인기...제주TP 김기옥 연구위원 개발 매진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농가에서 지난해 생산한 검정무 모습.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농가에서 지난해 생산한 검정무 모습.

제주산 월동무(백무)의 연간 조수입은 2000억원으로 감귤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출하해 겨울철 전국 무 공급량의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제주가 겨울 채소공장이라 불리는 이유다. 2017년 말 기준 2600곳의 농가가 4874㏊ 면적에서 34만개의 백무를 생산했다.

▲5% 과잉생산에 처리난=월동무는 평균 생산면적이 5%만 증가해도 가격이 폭락해 수급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 1개(1.5㎏)에 1000원도 받지 못해 시장 격리와 산지 폐기가 되풀이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재배의향을 조사한 결과, 올해 제주산 월동무 재배 면적은 평년보다 14%나 증가해 농가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반면, 1인당 연간 무 소비량은 2000년 37㎏에서 현재 21㎏으로 43%나 줄었다. 이는 수 십년 째 소비가 깍두기, 치킨무, 찜 요리(생선조림)로 국한돼 있어서다.

▲검정무가 뜬다=무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에 전래됐다. 우리나라에선 삼국시대부터 재배돼 왔다.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종다양성연구소 김기옥 연구위원(55)은 검정무 육성과 기능성식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겉은 검지만 속은 하얀 검정무는 유럽에선 오래전부터 채소보다 약용으로 많이 이용됐다.

무는 추위와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한 방어수단으로 2차 대사산물(천연물)을 만들어낸다. 그 성분 가운데 다이스타아제는 소화제로, 아밀라아제는 가래 억제에, 안토시아닌은 노화 방지에 탁월한 항산화제 효능을 함유하고 있다.

특히 검정무는 겨자와 와사비처럼 톡 쏘는 맛을 내는데 이는 ‘글로코시놀레이트’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다.

글로코시놀레이트는 항암작용이 뛰어나며, 간 보호에 좋은 효능을 보이고 있다. 학계에선 이미 동물(실험쥐)의 간과 위점막 세포를 알코올로 손상시킨 후 글로코시놀레이트를 투여한 결과, 세포가 회복되는 연구 결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김 연구위원은 5년간의 시험 재배 후 지난해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난산·신양·고성리에서 60t의 검정무를 생산했다. 오는 12월부터는 8농가가 3만3000㎡(1만평)에서 100t을 생산해 검정무로 만든 음료를 홈쇼핑에 출시하기로 했다.

▲사탕무에 도전하다=김 연구위원은 2년 전 성산읍에서 사탕무를 시험 재배했다. 제주산 양배추 음료에 사탕무로 만든 천연 올리고당을 첨가하기 위해서다. 사탕무는 열매는 물론 잎도 달아서 부산물까지 모두 설탕으로 생산할 수 있다.

그런데 제주는 러시아의 사탕무 종자 대신 남미의 난대성 종자가 더 적합할 것으로 보고, 새 종자 도입에 나서고 있다.

일본 훗카이도에선 제주 월동무의 10배 이상에 달하는 5만㏊에서 사탕무를 생산하고 있다. 일본에선 설탕 자급률의 10%를 사탕무가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검정·빨강·자주 등 다양한 유색무의 생산은 제주농업에 새로운 전기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밭에서 갓 캐낸 검정무.
밭에서 갓 캐낸 검정무.

 

성산읍 한 농가에서 재배한 시범용 사탕무.
성산읍 한 농가에서 재배한 시범용 사탕무.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종다양성연구소가 생산한 수박무와 유색무들.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종다양성연구소가 생산한 수박무와 유색무들.

<유색무 제과와 건강식품, 의약품 소재 등 다방면에서 활용>

유럽에선 검정무(Black Radish)가 간 기능 강화와 위·대장암 예방 등 우리 몸에 10가지의 이로운 효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그래서 샐러드보다 기능성제품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음료와 과자는 물론 오일, 분말 등 건강식품과 샴푸와 화장품, 의약품 원료로 이용되고 있다.

일본에선 오래전부터 사탕무 잎 100%로 만든 천연 설탕과 올리고당을 출시했다.

유색무 가운데 수박처럼 진한 분홍빛을 띠는 ‘수박무’와 ‘자색무’ 등은 시력에 좋은 천연색소를 함유하고 있다. 색깔 있는 피클을 만들거나 추출한 분발은 제과와 음료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제주테크노파크는 수분이 95%인 무를 착즙한 후 섬유소를 세척, 기저귀·생리대·물티슈 등 친환경 흡착제(무 펄프)를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무 분말 60%, 표고버섯가루 30%, 멸치가루 10%를 함유한 천연조미료도 개발했다. 이 양념을 한 스푼만 넣으면 어묵탕을 곧바로 만들 수 있다.

 

(인터뷰)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종다양성연구소 김기옥 연구위원

“제주 월동무가 살 길은 검정무, 사탕무 등 품종의 다양화에 있습니다.”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종다양성연구소 김기옥 연구위원은 제주대학교와 성산일출봉농협, 6개 영농법인이 참여한 ‘제주무브랜드사업단’ 단장을 역임하면서 ‘무 박사’로 통하고 있다.

그는 “하얀무는 소비와 수요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며 “기능성 건강식품 등 새로운 가공품으로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일본과 미국에서 면역학을 연구했다. 미국 시애틀 워싱턴주립대학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다 2002년 고향에 돌아와 면역력에 강한 기능성물질을 발굴하는 데 노력해왔다. 그 답을 ‘검정무’에서 찾아낸 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검정무 재배와 음료 개발에 나서고 있다.

“제주 월동무는 5%만 더 생산해도 값이 폭락할 정도로 생산·유통·소비가 불안정하죠. 생산기술은 세계 최고인데 값이 워낙 싸다보니 중국에서 수입되지 않는 유일한 채소이기도 합니다.”

김 연구위원은 “월동무 생산량의 10%를 검정무나 사탕무로 대체하면 제주농업과 식품산업 발전은 물론 바이오기업을 유치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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