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속살을 시어에 감추면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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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뚜벅뚜벅/강상돈

서부두 밤바다가 잔기침이 한창이다/잠깐 졸았던 불빛 실눈을 뜨고 있고/부두를 갓 떠난 배는 천식을 앓고 있다//백열등이 흔들릴수록 옛 기억도 아득해서/꽂아둔 일기장을 수평선에 펼쳐보면/잊었던 얼굴 하나가 또렷하게 떠오른다////.’(밤바다에서)

생존권을 움켜쥐고 살아가야만 하는 한 남자의 짙은 슬픔이 이렇게 섬세하게 표현될 수 있을까. 강상돈 시인이 세 번째 시조집 느릿느릿 뚜벅뚜벅을 펴냈다.

시인의 눈에 포착된 사물이나 현상도 서정성 짙은 단시조로 모습을 드러낸다. 삶에서 발견한 일상의 사건들을 시로 승화시키고 있다.

그의 삶과 제주의 아픈 속살들을 농익은 밀주 같은 이야기 속에 담아 솔직담백하게 펼쳐지고 있는 글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 한 켠이 아린 느낌이다.

척박한 땅에서 삶의 의지와 험난한 바다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삶의 편린들을 가을 이미지로 풀어내고 있는가 하면 현실 참여 문제를 시조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사계의 이미지를 모티브로해 차분하면서도 담대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가 하면 시 담쟁이연작을 통해 절망을 극복하는 담쟁이의 생명력과 의지, 견고한 현실의 벽, 함께 손을 잡고 가는 공동체 의식을 형상화 하고 있다.

열림문화 刊,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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