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순간에 선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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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탐나커피 상무이사/논설위원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이유는 없다.’ 틀린 말은 아니다.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이유도, 강북에 살 이유도 없다. 반드시 서울에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성적 우수한 도내 고교 졸업생들은 서울의 대학으로 간다. 서울 소재 대학 나온 지방 출신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자리잡고 싶어한다. 좋은 곳에 취직하고 결혼도 하면, 그리고 경제적 여건이 허락하면 강남으로 혹은 그에 못지 않게 생활여건이 좋은 곳으로 이사가고 싶어한다.

강남에 살 이유 없다는 말이 회자되면서, 인터넷에서는 오히려 강남에 살아야 하는 이유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다. 좋은 일자리가 많다, 교육 인프라가 좋다, 교통이 발달되어 있다, 쇼핑이 편리하다, 문화시설이 많다 등등. 강남에 살아보지는 못했지만 강남에서 몇 년간 직장생활을 해본 경험으로 볼 때, 강남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살기 좋은 곳이다. 제주도는 어떤가? 교육 인프라는, 대중교통은, 쇼핑 편리성은, 문화시설은 어떤 수준인가?

강남에 살 이유가 없다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서울로, 강남으로 몰리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태고(太古)의 아름다움을 간직했던 십여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 인구가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본래의 아름다움이 훼손되고 있다는 최근에 관광객과 이주민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도 말이다.

필자가 만약 일 년에 한 번, 여름 휴가철에 제주에 놀러오는 서울 사람이라면 이른바 ‘제주 개발’은 반대다. 백년 전, 천년 전의 제주 모습이 그대로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될 것이다. 게다가 ‘개발’이 되면 여행객으로서 지불해야 할 숙박비, 음식비를 비롯한 관광비용이 오를게 아닌가.

그러나 필자는 제주도민이다. 자녀들이 읍면지역 중등학교에 통학하고 있고, 필자는 제주시에 있는 직장으로 통근한다. 제주도가 관광지가 아니라 삶의 근거지이다. 그러기에 오히려 제주도가 인간이 ‘살기 좋은 곳’뿐만 아니라 ‘살기 편리한 곳’도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제주의 젊은이들을 위해서라면 좋은 일자리도 많이 생겨나야 한다. 제주도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아름다움은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제주도민의 삶에 필요한 인프라와 시설 그리고 일자리는 강남 부럽지 않게 제공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최근 수년간 제주 사회는 관광객 증가, 이주민 증가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여러 면에서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제주도민들은 제주도에 추가적인 관광인프라 투자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신공한 건설은 필요한지, 투자개방형 병원은 허용해도 되는지를 결정해야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어떤 프로젝트는 숙의형 공론조사를, 어떤 프로젝트는 자본 검증을, 또 다른 프로젝트는 건설 예정지에 대한 타당성 재조사를 실시한다. 하나 같이 찬성하는 도민과 반대하는 도민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사안들이다.

제주도를 강남처럼 만들 필요는 없다. 강남과는, 서울과는 여건과 환경이 다르다. 비교 대상이 되곤 하는 홍콩, 싱가포르, 하와이와도 다르다. 제주도는 제주도답게 발전시키면 된다. 다만, 무엇이 제주도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제주도민을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방안인가, 내 자녀들을 서울로, 강남으로 보내지 않고도 살 수 있게 만들 방안인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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