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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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무엇이 심장을 뛰게 만듭니까.” 그는 또 물었다. “여러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그러면서 어느 나라 출신이든, 피부색이 어떻든, 성 정체성이 어떻든,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의 이름과 목소리를 찾으라고 했다. 지난 추석 연휴 때 세계의 젊은이들을 향해 이런 메시지를 던진 이는 방탄소년단의 리더 김남준(24)이다.

그는 유엔 총회 회의장 연단에 서서 서울 근교 일산에서 보낸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꺼냈다. 소년 시절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영웅이 되는 상상을 하곤 했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누군가의 틀에 맞추면서는 밤하늘과 별들을 보지도 않게 됐고, 쓸데없는 상상도 하지도 않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러는 사이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렸다.

그런 그에게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은 바로 음악이었다. ‘깨어나, 남준. 너 자신한테 귀를 기울여!” 그는 음악을 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엔 연설 전문을 다 읽고 나자 예전에 봤던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이다. 88세의 할머니 감독 아녜스 바르다와 33세의 청년 사진작가 제이알이 특별히 제작한 카메라 모양을 한 트럭을 타고 프랑스 곳곳을 누비는 여정이 영화의 큰 줄거리다. 시골, 항구, 탄광촌 등을 찾아 그곳에서 만난 이들과 삶의 터전을 카메라로 찍어서 크게 출력한 후 벽에 붙였다. 작업 자체가 기록이며 메시지다. 곧 철거될 광산촌의 주민은 “우리가 겪은 삶은 아무도 모른다”며 카메라를 반겼다. 엄청난 규모의 일할 땅을 마주한 농부를 만나서는 “트랙터 안이 얼마나 외롭겠냐”라고 독백하며 경이에 찬 눈으로 바라본다. 공동화 현상이 심한 시골에선 선조들의 웃는 사진을 파노라마처럼 전시했다. 소금공장에선 생산직과 관리직이 서로를 향해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항만에선 노동자의 아내를부두 내 컨테이너의 중심에 앉도록 했다.

팔순의 현역은 ‘나이’는 없고 생각은 ‘팔팔’했다. 그래서 작품의 여운은 길다.

▲연설은 이렇게 맺는다. “어제 실수했더라도 어제의 나도 나이고, 오늘의 부족하고 실수하는 나도 나다. 내일의 좀 더 현명해질 수 있는 나도 나다. 오늘의 나이든, 어제의 나이든, 앞으로 되고 싶은 나이든, 자신을 사랑하십시오.” 지천명(知天命)을 넘겼지만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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