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秋夜/微韻(추야/미운)
(111)秋夜/微韻(추야/미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作詩 鹽丁 金用來(작시 염정 김용래)

三更皎月漢天微 삼경교월한천미 깊은 밤 달 밝으니 은하는 더욱 희미한데/

梧葉前庭已落飛 오엽전정이락비 앞뜰의 오동잎은 이미 떨어져 날리네/

蟋蟀秋聲茅屋滿 실솔추성모옥만 귀뚜라미 가을소리는 모옥에 가득한데/

菊花香隱寢床圍 국화향은침상위 국화향은 은은히 침상을 감싸네/

書窓竹影掃塵俗 서창죽영소진속 창에 비친 대 그림자 속된 먼지를 쓸어내고/

虛室殘燈思是非 허실잔등사시비 조용히 희미한 등불에 옳고 그름을 생각하니/

世事一時春日夢 세사일시춘일몽 세상살이가 한때 봄날의 꿈 인데/

吾知往處但西歸 오지왕처단서귀 내가 아는 것은 다만 서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

■주요 어휘

▲秋夜(추야)=가을밤에 일어나는 생각 ▲漢天:天漢(천한)=하늘의 은하수 ▲皎月(교월)=밝은 달 ▲微=작을 미, 희미한 것 ▲蟋蟀秋聲(실솔추성)=가을의 귀뚜라미 소리, 蟋=귀뚜라미 실, 蟀=귀뚜라미 솔 ▲香隱(향은)=은근한 향기▲寢床(침상)=잠자리 ▲圍=둘레 위, 감싸다 ▲竹影(죽영)=대 그림자 ▲掃塵俗(소진속)=세속의 먼지를 쓸어 냄 ▲虛室(허실)=조용한 방 ▲殘燈(잔등)=희미한 등불 ▲是非(시비)=옳고 그른 것 ▲世事(세사)=세상의 일들 ▲春日夢(춘일몽)=봄날의 꿈 ▲往處(왕처)=가는 곳 ▲但=다만 단 ▲西歸(서귀)=서방정토로 돌아 가는것

■해설

나의 고향은 조천이다. 60년대 초 까지 전기가 없어 등잔불 밑에서 책 읽던 추억이며, 달 밝은 밤이면 으레 밖으로 나와 친구들과 노는 것이 일상사였다. 요즘 가로등이며 네온 광고로 밤이 낮같은 도시에 살다보니 달이 뜨는지, 별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 것 같다. 고희(古稀=70세)를 넘겨 한가히 지내다 보니 생각은 자꾸 옛날로 되돌아간다.

가을 하늘은 맑고 밝은 달빛에 은하수는 더욱 희미해지고 정원의 오동잎은 떨어져 날린다, 농촌의 초가엔 귀뚜라미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며, 울타리 밑엔 국화향이 밤공기를 타고 은은히 침대머리에 풍기며, 하얀 창호지창엔 대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면 대빗자루로 먼지를 쓸어 내는 것만 같다. 정신을 차려 먼 바다를 바라보며 옳고 그름을 생각해 보지만 세상살이가 그저 한때 봄날의 꿈과 같은 것인데 따질 것이 무엇인가?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우리도 결국 서방정토로 가고 있는 것이다. 가을이 되면 어쩐지 조금 쓸쓸한 생각이 든다. 다음은 겨울, 봄은 동쪽으로 다시 돌아 사계절을 이루듯 모든 것이 자연 섭리인 것을, 이제 나이가 들어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해설 염정 김용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