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제주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안혜주, 수필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녕하세요.”하얀 이를 드러내며 수줍게 웃는 이들이 있다. 얼마 전, ‘알리와 예멘 친구들’이라는 주제로 예멘에서 온 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에 참석했다. 머나먼 타국으로 올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심정과 상황들, 함께 듣고 고민해 보는 자리였다.

예멘 내전으로 인해 수백 명의 난민이 제주도에 입국하면서 관심이 모아졌다. 한동안 외국인의 범죄 사건으로 공포에 시달렸던 제주도민들은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난 것이다. 하지만 이왕 제주에 왔으니 함께 잘 살아 보자며 자신의 방을 내어주고, 음식도 나누어 주는 친절한 이들이 있다.

전국에서의 반응은 더 예민했다. “당장 돌려보냅시다. 무슬림은 위험합니다. 우리도 살기 힘든데 그들까지 신경 쓰면서 어떻게 살아요.” 인터넷이나 커뮤니티를 통해 갖가지 난민을 혐오하는 글이 루머처럼 번졌다. 며칠 새, 30만 명이 난민 수용 반대 청원서에 서명했다는 기사가 떴다. 한쪽에선 본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한쪽에선 인도적 체류를 수용해야 한다. 엇갈리는 의견들이 매일 신문에 오르내렸다. 그들은 더욱 불안했으리라.

스트레스로 정신병원에 의지하는 사람들, 한 달 동안 과자와 통조림만 먹으면서 집 밖을 나오지 못했다는 이들. 언어와 문화가 달라 소통이 어려운 상황에서 배척은 그들을 더욱 움츠리게 만들었다.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전쟁으로 불투명한 미래 앞에 선 그들을 이성으로조차 헤아리기 어려웠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뭘까. 지금 할 수 있는 건 단지 차를 건네며 미소 짓는 일뿐이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 가시처럼 박힌 아픔을 본다. “우리는 직장도 잃고 집도 잃었어요. 가족까지 잃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대부분 여성들과 아이들이 무모하게 죽었지요. 비극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입국을 거절할 때 한국에서는 무비자 입국이 가능했습니다.” “난민을 받아 주는 유일한 나라였지요.”문제를 일으키려고 온 것이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돌아갈 때까지 제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심리학자 매슬로우(Maslow)는 인간의 기본 욕구 중 1단계는 누구나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 그 위기를 벗어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생명체를 가진 모든 존재의 공통점이다. 그렇다. 그들은 피해자다. 그들도 생존을 위한 국경을 넘은 것이다. 권력을 장악하려는 정치적 탐욕 앞의 희생양이다.

N분의 1의 지혜가 모여 큰 N이 된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이미 23명은 인도적 체류허가증을 받은 상태다. 앞으로 1년 동안은 서울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직장도 구할 수 있게 된다. 난민으로 인정한 후 정부에서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후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더 많은 의견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전문가는 말한다.

제주 사람들의 따뜻한 도움으로 그들은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고 한다. 한 줄로 서서 택시를 기다리는 모습은 무척 인상 깊었다며, 질서 있는 한국 문화를 배워 가는 중이란다.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건 나를 치유하는 과정이다. 나의 작은 배려가 그들에겐 삶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 그네들이 원하던 대로 자립해서 제주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도 밖에서 지도를 보자. 결국 우리는 같은 대한민국에 삶을 부리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