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지켜도 되는 쓸모없는 법 왜 시행하나
안 지켜도 되는 쓸모없는 법 왜 시행하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법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을 받지 않는 비현실적인 제도가 생겼다. 자전거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한 법률 얘기다. 시행 일주일째 맞았으나 시민 반응은 대체로 냉소적이다. 앞으로 어디서나 헬멧을 쓰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건 불법 행위지만 처벌조항이 없는 훈시규정에 불과하다고 한다. 헬멧을 안 썼다고 범칙금을 내는 일조차 없으니 유명무실해질 것이 뻔하다.

본지가 엊그제 자전거 헬멧 착용실태를 취재해보니 어디서도 안전모를 착용한 이용자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고 등교를 하는 학생 중 헬멧을 쓴 이는 아예 없었고, 자전거로 출근하는 성인들 역시 안전모를 착용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제주도가 운영 중인 공공자전거 서비스도 위축되는 모양이다. 다른 사람 땀이 묻은 안전모는 놔둔 채 자전거만 이용하는 시민이 많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8월 서울시가 자전거 헬멧 1500개를 비치해 시범 운영한 결과에서도 이용률은 3%에 불과했다. 반면 안전모 착용 의무화 설문에서는 반대 여론이 90%에 달했다. 보완작업이 필요하다는 근거다.

자전거 헬멧 규정은 전기자전거 활성화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전기자전거 규제를 푸는 과정에서 안전문제가 지적되자 일반자전거까지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 것이다. 이후 개정 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자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안전모 착용 의무’를 ‘안전모 착용 노력 의무’로 변경하는 법 개정안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실로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자전거를 탈 때 안전모를 착용토록 한 건 이용자의 안전을 위함이다. 그렇다면 자전거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전용도로를 완비하는 인프라 구축이 더 우선이다. 벌칙 유무가 안전모 착용의 본질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전거 정책은 겉모양에 치중하기보다는 이용자에게 물어보고 해야 순리라고 본다. 유명무실한 법을 만들어놓고 국민에게 강요하는 건 정말 시대착오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