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원의 소중한 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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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국 부국장

‘찬성 18명, 반대 8명, 기권 12명’

2016년 6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있었던 개표 결과이다. 당시 논란이 뜨거웠던 ‘제주도 공무원 정원 조례 개정안’ 부결을 놓고 말이 많았다.

과반에 두 표가 모자랐던 만큼 기권표가 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처럼 도의회의 표결 과정에서 기권표가 속출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를 거치면서 ‘공무직 감축 및 구조조정계획을 수립해 보고하라’는 부대조건이 포함되자 공무직노조가 반발하던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도의회가 공무원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도민사회의 곱지 않은 시각이 적지 않았다.

도의회 내부에서도 찬성 또는 반대 등 소신 있는 표결을 하지 않고 의결권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지난해 12월 안창남 의원이 발의한 ‘버스준공영제 사업 추진에 따른 제주도지사의 위법행위 감사원 감사 요청’ 안건의 향방도 기권표가 영향을 주었다.

개표 결과 재석의원 30명 중 찬성 15명, 반대 13명, 기권 2명으로 부결됐다. 과반에 1명이 모자란 것이다.

물론 기권표가 반대표로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치열한 토론과 표결 과정에서 찬·반을 밝히지 않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게 바른 자세가 아닌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얼마 전 또다시 무더기 기권표가 도민사회를 술렁이게 했다.

지난달 21일 도의회 본회의장.

무소속 허창옥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 개발사업장 행정사무조사 발의의 건’ 투표가 진행됐다.

개표 결과 찬성 13명, 반대 8명, 기권 13명. 결국 과반을 넘기지 못해 부결됐다.

문제는 발의 안건에 대해 의원들이 찬·반 의견을 표출하지 않고 무더기로 기권한 점이다.

이 기권표 외에도 또다른 8명은 회의장에 출석하고도 아예 표결에 참여조차 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도의원 절반이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은 셈이다.

이에 앞서 도의원 22명이 이 안건을 발의할 당시 동의하면서 서명한 가운데 이 중 2명이 서명을 철회한 바 있다.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네 차례나 오수 역류 사태를 일으킨 제주신화월드의 문제점을 집중 질타하고 상하수도 사용량 축소로 원인자부담금을 덜 내는 특혜 의혹까지 제기한 상황이었다.

뒤늦게 도의회에서 절대 다수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추석 연휴 마지막 날 공식 사과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오는 16일 개회하는 제365회 임시회에서 다시 발의해 추진하기로 입장을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불과 몇 개월 전 6·13 지방선거에서 도민의 심부름꾼을 자처하며 호소했던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리겠습니다’를 떠올리게 한다.

지역구 의원 31명, 교육의원 5명, 비례대표 의원 7명 등 모두 43명.

제11대 도의회 입성을 위해 저마다 유권자들에게 다가섰던 이들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도의원들이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서 의안에 대한 표결에 참가하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이다.

자신의 양심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회의장에서 내뱉는 말과 투표 과정에서의 행동이 달라서도 안 된다.

이제 도의원들이 행사하는 한 표 한 표는 그야말로 절절한 심정을 담았던 선거 당시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주의 역사와 미래를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3년 8개월여 동안 민의의 전당을 지킬 11대 도의원들의 행보를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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