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승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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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일본 국기인 일장기 ‘히노마루’가 선뵌 건 1854년의 일이다. 일본 배를 외국 배들과 구분하기 위해 흰 바탕에 붉은 태양을 그린 깃발로 정한 게 그 기원이다.

일본은 청일전쟁을 시작으로 일장기에 붉게 햇살이 퍼져 나가는 모양을 그려넣어 군기(軍旗)로 사용했다. 떠오르는 일본의 기세를 담았다며 ‘욱일승천기’라 불렀다.

이 깃발은 1945년 태평양전쟁이 끝날 때까지 군국주의 일본의 상징이었다. 식민과 침략으로 한국과 동남아국가들을 유린할 때 맨앞에 펄럭였다. 일본군 성 노예들의 한이 서린 곳과 우리네 할아버지를 강제로 징병하던 현장에도 욱일승천기가 나부꼈다. 반인륜범죄를 저지른 독일 나치의 당기인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기’요, 천인공노할 기억의 상징이다.

▲2차대전 후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히틀러 망령을 떠올리게 하는 나치 문양이나 제복, 나치식 경례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제의 패망과 함께 사용이 금지됐던 욱일승천기는 오늘날 해상자위대에 이어 육상자위대도 군기로 쓰고 있다.

그러더니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 경기장에 그 깃발이 버젓이 등장했다. 지금은 대중문화 등에 활용되며 세계인에게 깊은 상흔을 남긴 일본 군국주의 탈색에 써먹는 중이다.

그런 상황에 오는 10일 제주해군기지에서 열리는 국제관함식에 일본 해상자위대가 욱일승천기를 단 군함을 보내기로 해 국민적 분노가 거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시민 분노가 담긴 글이 끊임없이 오르는가 하면 국내 시민사회도 진영을 가리지 않는 비판의 목소리로 들끓는 상황이다.

▲이번 일로 나치 문양을 금지한 독일과 욱일승천기를 떠받드는 일본의 간극만큼이나 두 나라 국격(國格)의 차이가 느껴짐은 인지상정일 터다. 급기야 국내에서 일본 욱일승천기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고 한다. 여의도 금배지들이 모처럼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모양이다.

관함식은 특별한 기념식이나 국가 차원의 행사가 있을 때 거행된다. 동맹국 해군 함정도 함께 참가해 ‘군사외교의 꽃’으로 불린다. 우방과의 친교를 증진하기 위한 행사다. 이를 잘 알고 있을 일본이 한국민의 거부감을 고려해달라는 우리 정부의 정중한 요청을 예의 없는 요구라고 한 것 자체가 무례한 행위다. 예의는 상처 준 자가 하는 말이 아니다. 제대로 용서받지 못한 자가 할 말은 더욱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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