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가 오래 살까…별들에게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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⑯삼매봉 남성정(上)
산 사람의 무병장수 관장하는 남극노인성 관찰지역
추분에서 춘분까지 남국 서귀포시에서만 볼 수 있어

서귀포시 남성마을에 우뚝 솟은 삼매봉이 있다. 삼매봉에는 남극노인성을 볼 수 있는 남성대가 있는데, 바람난장 가족들이 이곳에서 열여섯 번째 바람난장을 펼쳤다.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남성대에서는 ‘삼매봉 별빛놀이터’를 진행하고 있었고, 난장팀은 이들과 어우러졌다. 김해곤 作, 생존-세개의 빛.
서귀포시 남성마을에 우뚝 솟은 삼매봉이 있다. 삼매봉에는 남극노인성을 볼 수 있는 남성대가 있는데, 바람난장 가족들이 이곳에서 열여섯 번째 바람난장을 펼쳤다.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남성대에서는 ‘삼매봉 별빛놀이터’를 진행하고 있었고, 난장팀은 이들과 어우러졌다. 김해곤 作, 생존-세개의 빛.

휙하니 하늘을 긋는 별똥별도 아니고

턱하니 터를 잡은 북극성도 아니고

초저녁 자리젓 뜨러

나가다가 보는 별

 

서귀진성(西歸鎭城) 터만 남은 솔동산에 올라서면

바다 끝 하늘 끝 사이

걸쳐놓은 숟가락같이

고단한 물마루 위에 걸쳐진 불배 몇 척

 

불배 몇 척, 걸쳐진, 고단한 저 물마루

별을 보라

간신히 길 하나 돌려 세우고

한 마디 굳이 삼킨 채 홀로 뜨는 별을 보라

 

단 한 번도 너에게 소원 빌어 본 적 없다

수평선 위 한 뼘 가웃

내 그리움의 한 뼘 가웃

둥그런 윤회의 길섶 한 뼘 가웃 별이 뜬다

 

- 오승철 시인의 ‘남극노인성’ 전문

 

무용가 장은이 시낭송에 맞춰 고운 춤사위를 펼치고 있다.
무용가 장은이 시낭송에 맞춰 고운 춤사위를 펼치고 있다.

삼매봉 난장 상편

 

서귀포에 가면 남성마을이 있고, 그 마을엔 우뚝 솟은 삼매봉이 있고, 삼매봉엔 남극노인성을 보기에 좋은 남성대가 있다. 영주12경에도 ‘서진노성(西鎭老星)’이라하여 서귀진성에서 노인성을 바라보는 풍경이 좋다했다. 현재 서귀진성은 흔적도 찾을 수 없지만, 예로부터 서귀포는 별 볼일 있는 곳이다.

그런 남성대에서 열여섯 번째 바람난장을 펼친다. 아쉽게도 일본에 상륙한 제24호 태풍 ‘짜미’의 간접영향권에 든 제주는 종일 비가 내렸다. 저녁 무렵에야 그쳤지만 바람은 점점 더 거칠어진다. 언제나 그랬듯이 바람난장은 날씨를 탓하지 않는다.

마침 이곳은 탐라문화유산보존회에서 9월 29일부터 10월 30일까지 주말마다 ‘삼매봉 별빛놀이터’를 진행하고 있었다. 난장팀은 자연스럽게 이들과 어우러져 잔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예술과 예술이 만나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사회를 맡은 김정희 시낭송가는 “바람난장은 바람을 몰고 다닌다.”고 너스레를 떨며 ‘별에게 기원하는 무병장수의 꿈’ 참석자들을 소개한다.

 

윤봉택 탐라문화유산보존회 이사장이 남성대에서 관찰할 수 있는 남극노인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봉택 탐라문화유산보존회 이사장이 남성대에서 관찰할 수 있는 남극노인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탐라문화유산보존회 윤봉택 이사장과 사무총장 안정업 시인, 그리고 정드리문학회 양시연 회장과 회원들, 서귀포 카노푸스음악회 강승원 회장과 회원들고, 솔동산문학회 회원들 그리고 바람난장 김해곤대표와 회원들이 궂은 날씨에도 자리를 함께 했다.

윤봉택 이사장은 “삼매봉 남성대는 세계에서 하나뿐인 ‘별빛놀이터’입니다. 우주의 중심인 셈이지요. 서양에서는 남극노인성을 ‘시노푸스’라고 부릅니다. 추분에서 춘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남쪽바다가 다 보이는 서귀포시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죽은 사람을 관장하는 별이 북두칠성이라면 남국노인성은 산 사람의 무병장수를 관장하는 별입니다. 토정 이지함은 이 별을 보려고 한라산을 세 번이나 올랐다’고 한다.

김영웅 트럼펫 연주자가 ‘밤하늘의 트럼펫’, 앵콜곡으로 ‘석양’을 연주한다. 거센 바람을 등지고 연주하는 모습이 우리가 바람난장을 연다고 하늘에 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오늘밤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리는 것같다.

 

시낭송가 이정아·이혜정이 오승철 시인의 시 ‘남극노인성’을 낭송했다. 장은 무용가가 시낭송에 맞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시낭송가 이정아·이혜정이 오승철 시인의 시 ‘남극노인성’을 낭송했다. 장은 무용가가 시낭송에 맞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무용가 장은이 춤을, 시낭송가 이정아, 이혜정이 오승철 시인의 시 「남극노인성」 을 낭송하는 콜라보 공연이 있었다. 시인은 남극노인성을 ‘초저녁 자리젓 뜨러 나가다가 보는 별’이라고 한다. 그만큼 서귀포 사람들과 가까운 별이다. ‘바다 끝 하늘 끝 사이/걸쳐놓은 숟가락같이/…/수평선 위 한 뼘 가웃/내 그리움의 한 뼘 가웃’ 이란 시어처럼 이 별은 수평선 위 한 뼘 가웃 높이에서 희미하게 보인다. 310광년이나 떨어져 있어서 우리 눈높이까지 오면 그리움처럼 아득하게만 보인다는 별. 그러니 누가 애써 소원을 빌겠는가.

낭송가들이 번갈아 시를 낭송하고, 맨발의 무용가가 혼신을 다해 무대를 누비는 사이, 휘잉~힝 추임새를 넣으며 훼방놓는 건지 협연하는 건지 바람이 저 혼자 부산하다.

다음 주에 계속

 

글=문순자

그림=김해곤

사진=허영숙

영상=김성수

사회=김정희

시낭송=김정희와 시놀이(이정아·이혜정)

무용=장 은

연주=김영웅·서란영·고경권

음악감독=이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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