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입안자의 설계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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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석, 제주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논설위원

정책 입안자가 좋은 마음으로 정책을 설계하였지만 뜻밖에도 정반대의 부작용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 MIT 대학의 스터만(Sterman) 교수는 “정책 부작용은 정책 입안자의 이해 수준이 현실의 복잡함을 따라가지 못할 때 발생한다.”고 말했다.

정책 입안자가 문제를 전체가 아닌 부분에만 집중할 때 정책 부작용이 발생한다. 하나의 원인이 하나의 결과를 낳는다는 전제하에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에만 초점을 두면 전체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아서 부작용이 생긴다.

정책 입안자의 설계가 성공하려면 큰 그림으로 꼼꼼하게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호주 원주민 중의 하나인 여요론트(Yir Yoront) 부족은 1915년까지 외부와 격리된 채로 강가에서 석기 시대 수준의 생활을 하였다. 여요론트 부족에게 가장 쓸모 있는 도구는 돌도끼였다.

돌도끼는 사냥과 어로, 채집은 물론 다른 도구들의 제작에도 광범위하게 쓰였다.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와 아이들도 돌도끼를 사용하여 장작불을 피우는 등 돌도끼의 쓰임새가 많았다. 남자들은 도끼용 돌을 거주 지역에서 640㎞ 떨어진 곳에서 창과 교환하여 구해 왔다.

또한 돌도끼를 만들려면 상당한 숙련이 필요했다. 도끼에 관한 한, 여자와 아이들은 남자에게 의존해야만 했다.

여요론트 부족에게 변화가 일어난 것은 교회 선교사들이 선물로 준 쇠도끼에서 시작되었다. 선교사들은 쇠도끼가 원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 생각했다. 선교사들은 여자와 아이들에게 쇠도끼를 나누어 주었다. 쇠도끼는 돌도끼보다 더 강하고 오래 쓸 수 있었다. 쇠도끼를 갖게 된 여자와 아이들은 더 이상 남자들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었다.

여요론트 남자들이 돌도끼를 구하기 위해 구축했던 인맥과 경험들이 이제는 쓸모없게 되었다. 여요론트 부족들이 쇠도끼를 구하려면 선교사에게 매달려야 했다. 쇠도끼는 단지 물리적으로 돌도끼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원주민 문화전체를 붕괴시켜버렸다.

도시와 농촌 간 소득격차가 심화되면서 농촌 지역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농촌을 떠나간다. 젊은 층의 소득 향상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농공단지 개발이 추진되었다. 농촌에 기업 단지를 유치하면 농촌 소득이 증대하고, 젊은 층의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성공적인 농공단지를 조성하여 인구유입이 되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농공단지는 인근 지역의 인구를 유입하였기 때문이다. 농촌지역 간의 경쟁에서 앞선 지역은 계속 앞섰지만, 뒤쳐진 지역은 인구유출이 가속화되었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농공단지 조성이 지역 불균형을 가속화시키는 부작용도 낳았다.

15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사람이 하늘을 나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 그는 새가 나는 모습과 새 날개를 열심히 관찰하고 이를 그렸다. 결국 다빈치는 새의 날개와 거의 똑 같은 날개를 사람의 양팔에 달고 사람이 퍼덕거리는 것을 생각했다. 다빈치의 날개는 그럴 듯 해보였지만 실제로 작동하지는 않았다. 비행기가 하늘을 날려면 3차원 공간에서 위아래, 좌우, 앞뒤 방향으로 조종해야 한다. 단순히 새의 날개와 흡사한 날개를 퍼덕거린다고 사람이 하늘을 날 수는 없다.

정책 입안자의 새로운 정책도 생각대로 작동하려면 그럴듯한 직관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꼼꼼한 설계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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