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어진 父情(부정)
삐뚤어진 父情(부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안재철, 제주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논설위원

한동안 모 재벌의 자식들과 사모님에 관한 이야기로 온 세상이 떠들썩했다.

어찌 화를 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어찌 욕 한번 해보지 않았거나, 큰 소리로 울분을 토로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세상에 저런 사람도 있을까? 저거 미친 사람 아니야?

저런 아내와 저런 딸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대기업 회장이라는 사람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더니 그 조차도 온갖 부정한 짓을 했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

아내의 패악에 눌려 기가 죽은 것인가? 자식의 패악질이 패악질로 보이지 않을 만큼 자신의 정신도 이미 망가진 것일까? 아니면 자기가 먼저 부정한 짓을 하는 것을 보고 아내가 변하고, 자식이 배운 것일까?

어미의 패악질은 딸에게 전해졌고, 아비의 부정한 행위는 아들에게 전해져 부정편입을 한 것인가? 패악질과 부정한 행위가 대물림되었다.

요사이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로 뜨겁다.

신문에 오르내리는 말들이 사실이 아니고 모두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으면 좋으련만, 부모의 잘못으로 자식의 미래가 망가지게 되었다.

공부에 온 정신을 쏟아도 부족할 때, 이러 저리 불려 다니는 고통은 어찌 할 것이고, 설령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이미 친구들로부터 낙인찍힌 고통은 또 어찌 할 것이며, 훗날 뭇 사람들에게 부정한 사람으로 기억될 자신을 어찌 이겨낼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자식이 공부를 잘해서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그것이 밑거름이 되어 출세하여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고 부정한 방법을 가르쳐서야….

혹 저들을 욕하는 사람들도 자기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졌다면, 그와 같이 하였을 것이나, 자신에게는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이, 화가 나고 원망스러워, 온갖 욕을 퍼붓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저들만 나쁜가? 자식을 위한답시고 자식으로 하여금 노력하도록 시키지는 않고, 이리저리 압력을 넣어 자리를 얻어주려는 자는 또 다른 모습의 삐뚤어진 부정으로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람이 아닌가?

아비가 살아온 길은 자식에게 대물림된다. 옛날부터 아들 가진 부모는 딸 가진 부모의 어머니를 보고, 딸 가진 부모는 아들 가진 부모의 아버지를 본다고 했다.

부모는 자식의 미래이다. 세상의 어느 자식도 부모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어느 자식도 부모가 만들어준 환경을 떠나 홀로 인격을 형성하며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뼈대 있는 집안을 찾는다. 물론 한 배속의 자식도 아롱이다롱이라고, 부모가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을 때 자란 자식과, 부모가 아주 편안한 때 자란 자식이 약간 다른 성향을 보일 수는 있어도, 부모의 생각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을 따라 자식의 성향도 대체로 같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이며, 사과나무에 사과가 열리는 것이다.

지금 나의 삶은, 자식의 미래가 되고, 내 행적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내 자식의 주홍글씨가 될 수 있다. 먼 미래에 내 자식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면, 눈앞의 이익에 연연해하지 말고 내가 먼저 바르게 살아야하는 것은 아니겠는가?

이 순간 나는 오래전 딸을 시집보낸 어떤 사람이 생각났다. 그가 스치고 지나간 자리는 온갖 사기 사건이 난무하였으니, 딸이라고 다를까? 그런 자의 사위로 낙점된 사람이 불쌍하다. 그리고 부모가 온갖 사기술로 살아온 과거를 통하여, 새로운 가정이 만들어갈 미래가 그려진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