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봐야 할 때
돌아봐야 할 때
  • 제주신보
  • 승인 2018.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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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희, 춘강장애인근로센터 사무국장·수필가

9월이 가면 가을이 올까? 추석을 앞두고 고향 친구들과 농을 나눈 날이 엊그제인데, 어젯밤은 삐죽이 열린 창 새로 들어온 바람에 이불을 끌어 올렸다. 아스팔트 끓던 더위를 넘어 가을이 왔음이다. 올여름은 상상을 넘는 폭염이었다. 기상청 통계가 어떠하든지 서민들에게 올해는 작년보다 더 더웠고, 작년은 재작년보다 더운 여름이었다.

어쩌면 짐작하고 있었을 폭염에 우리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작년 8월 중순에 취약계층 혹서 대책으로 선풍기를 지원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반가운 소식이며 고마운 일이지만 한편에서는 왜 인제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올해도 여전했다. 입추가 지난 후에도 폭염 대책으로 여름나기 용품을 지원했다는 기사가 보였다. 여름이불과 쿨매트 그리고 선풍기가 주요 용품이다.

잠깐만 그들의 삶을 상상해보자. 지원 대상 가정은 7월 초부터 시작된 폭염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선풍기 없이 손부채질로 지냈을까? 여름이불 없이 바닥에서 주무셨을까? 저소득 가정이니 비좁은 방일 것이다. 다행히 통풍되는 집이라 해도 쏟아지는 열기를 버텨낼 수는 없다. 아마도 부모는 아이들을 위해 얇은 지갑 탈탈 털어서라도 중고선풍기 한 대 장만하였을 테고, 어머니는 “난 안 덥다.” 소리로 아이들에게 선풍기 바람을 돌렸을 것이다.

조금만 서둘러 폭염이 오기 전에 선풍기를 지원했다면 얼마나 고마워했을까? 어머니는 얇은 지갑을 들여다보며 한숨짓지 않아도 되었고, 아버지는 좀 더 싼 선풍기 찾느라 땀 흘리지 않았을 것을.

물론 기업과 지자체가 손을 잡고 5월 말에 여름나기 용품을 지원한 사례도 있으며, 몸보신 한 그릇이라며 중복 더위 속에서 취약계층에게 음식을 대접한 시기적절한 미담도 많다. 때에 맞춰 돌아보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새삼 일깨워 주는 이야기다.

어느새 겉옷을 챙겨 드니 금세 겨울이다. 올해는 이웃을 향한 온정에 부지런을 더해 겨울이 오기 전에 마치면 어떨까. 따가운 가을 햇볕에 말려도 더는 보송해지지 않는 묵은 이불을 털며 어르신의 주름이 더 깊어지기 전에, 어린 자녀 걱정에 난방기 장만해야 하는 부모를 위해, 조금은 서둘러도 좋을 것이다.

정부의 대책 또한 때에 맞춰 발표돼야 한다. 보일러 고칠 여력 없고 난방유 살 돈 없어 전기장판 하나에 몸 녹이시는 어르신께 올해는 전기세 지원 늘렸으니 좀 더 쓰셔도 됩니다. 미리 알려드리면 좋아 춤을 추실 게다.

우리의 부모들은 가을이 오면 연탄을 들이시고 쌀을 장만하셨다. 창고에 연탄이 수북이 쌓이고 항아리에 쌀이 채워지면 그때야 겨울준비를 다 하셨다며 허리를 펴셨다. 살림살이가 빠듯했기에 한 푼이라도 더 있을 때 겨울나기를 위하여 꼭 필요한 것들을 우선 챙겼음이라.

어려운 이웃들이 주머니를 털어 겨울나기 준비를 하게 두지 말자. 그들이 더 많은 것을 포기하지 않도록 우리의 준비를 서두르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제때 한다면 그들의 숨통이 조금은 트일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고 함께하고자 결심했다면, 그들이 한숨이 깊어지기 전, 지금이 이웃을 돌아봐야 할 때다.

모두가 힘들다 아우성치는 오늘이기에 우리의 나눔은 조금 더 부지런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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