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생각해보는 ‘웰 다잉(Well-d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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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가장 두려운 악인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죽음을 두려워 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우리와 함께 있지 않으며, 죽음이 오면 이미 우리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는 또 “죽음은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 모두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했다.

산 사람에게는 아직 죽음이 오지 않았고 죽은 사람은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현자(賢者)는 삶을 도피하려고 하지도 않으며, 삶의 중단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2009년 2월 선종(善終)한 김수환 추기경이 생명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한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웰 다잉(Well-dying)’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웰 다잉은 살아온 인생을 아름답게 정리하고, 품위 있게 삶을 마무리하는 것을 말한다.

의식도 없고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서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인공호흡기 등에 의존해 단순히 생명 연장만을 위해 연명치료를 받지 않고 품격 있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웰 다잉 문화는 자신 스스로 인생을 돌아보면서 죽음을 준비할 수 있고,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점차 확산 추세에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일명 존엄사법)이 시행된 후 지금까지 8개월 동안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는 2만742명에 달했다.

특히 이 가운데 6836명(33%)는 환자 본인이 스스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웰 다잉 문화가 정착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죽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웰 다잉 교육 프로그램 마련, 전문인력 양성,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 정책 지원, 관련 분야의 서비스 제공 체계 구축 등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10월 들어 차가운 북서풍이 밀려오고 있다. 계절이 바뀐 탓일까.

주변에서 부고 소식도 자주 들려온다. 필자도 엊그제 ‘구순(九旬)’ 고모님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10일부터 기온이 더 떨어지고 찬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당분간 쌀쌀한 날씨가 이어진다는 일기예보다.

완연한 가을에 웰 다잉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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