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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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태풍에 이름이 붙기 시작한 건 1953년부터다. 처음엔 여자 이름만 썼다. 여성처럼 온순해지라는 희망을 담은 것이다. 여성단체들이 남녀차별이라며 발끈하고 나서자 1978년부턴 남녀 이름을 번갈아 사용 중이다.

태풍의 고향은 대개 북위 20도 부근 태평양 해상이다.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04년 이래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모두 349개다.

이 가운데 8월 태풍이 126개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7월(105개), 9월(80개)이 뒤를 이었다. 10월 태풍은 얼마 전 콩레이를 포함해 10개에 불과하다.

문제는 9~10월 가을 태풍이 유독 사납고 무섭다는 점이다. 실제 가을 태풍은 흔치는 않아도 내습 때마다 파괴력이 커 제주지역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가을 태풍의 위력이 센 건 한여름을 넘긴 9~10월의 바닷물 온도가 치솟는 만큼 에너지도 강해지는 탓이다.

1959년 9월의 ‘사라’는 제주섬과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가며 사망·실종 849명, 이재민 37만여 명 등 엄청난 피해를 냈다. 가을 태풍 중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기록했다. 그런가 하면 제주는 2007년 9월 ‘나리’와 2016년 10월 ‘차바’의 가공할 파괴력에 몸서리를 쳤다. 초속 50m가 넘는 풍속에 하루 500㎜의 물 폭탄, 그 자연의 심술 앞에 인간은 무력하고 초라한 존재였다.

5조1000억원의 재산을 쓸어간 ‘루사’(2002년), 131명의 인명과 4조원이 넘는 재산피해를 낸 ‘매미’(2003년) 역시 가을에 왔다.

▲과거엔 가을 태풍이 한반도로 북상한 게 이례적이었다. 통계상 고작 10년에 한 번꼴이다. 하지만 최근엔 한반도 내습이 점점 잦아지고 있고, 그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특히 10월 태풍은 1990년대 이후 빈도가 점점 늘고 있다. 2013년 다나스와 2014년 봉퐁, 2년 전 차바에 이어 올해 콩레이까지 최근 6년 새 10월에 한반도로 영향을 준 태풍이 4개나 된다. 지구온난화로 뜨거워진 바다가 10월 태풍을 곧잘 만들낸다는 것이다.

게다가 태풍의 개수는 줄어드는 대신 강력한 태풍이 늘 것이라는 연구가 많다. 그래서 태풍의 길목 제주로선 늘 유비무환의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기상의 돌발성에 염두에 두고 장기적 대응체계를 갖춰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돌이켜 보건대 태풍은 언제나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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