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서 사흘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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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오사카는 처음이지만 귀에 절게 들어온 이름이다. 거북하지 않은 친구 같다. 역사적 배경도 몫을 할 것이다. 일제강점기 이후 제주사람들이 일본으로 많이 건너갔고, 그들 대부분 오사카에 정착했다.

‘조선이찌방’이 있다 한다. 조선시장이란 말인데, 상시 제주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곳이다. 팔고 사는 사람 대부분이 제주사람들이라 제주 재래시장을 방불케 한다는 얘기다. 거리낌 없이 제주방언으로 말을 주고받는 곳으로 제주의 정취가 물씬 풍겨난다 한다. 낯선 이국에 제주를 느낄 수 있는 오사카 속의 작은 섬으로 존재할 것 같다. 시간이 됐으면 들르고 싶은데, 내 ‘오사카 사흘’ 속에 넣지 못해 아쉽다.

나는 차를 타고 오가면서 혹은 거리를 거닐며 오사카의 외양과 그곳 풍정에 시선을 밀착시켰다. 속살을 못 만지더라도 겉만은 꼼꼼히 훑고 싶었다. 어설프겠지만 적어도 오사카란 대상물을 향해 관찰자로서 뛰어들려 오관을 긴장시켜 놨다.

놀랍다. 번화한 도시, 길거리에 주차한 차가 한 대도 안 보인다. 달리는 차들이 수없이 오갈 뿐 길가에 세워 둔 차가 없다. 골목길에도 서 있는 차는 눈에 띄지 않는다. 길가에 세운 자전거가 눈길을 끌 뿐, 줄지은 주차가 없다. 주차 전용 건물들이 보였다. 차를 맡겨 놓고 출퇴근을 걸어서 하는가. 한국과는 전혀 다른 거리 풍경이 놀랍다. 수많은 차량 중에 현대차가 한둘 끼였을까 해 눈을 씻고 보았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외국차는 안 보이니, 자국 차만 타는 모양이다.

운전자는 말쑥이 검정색 정장을 하고 있다. 가령 말이 불통이어도 눈길이 부드럽다. 내릴 때 덜컹하고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사소한 장치 하나가 사람을 놀라게 한다. 그들은 메모지를 받아들고 목표지점, 골목까지 누비는 치밀한 지리 탐색가다. 바로 집 앞에서 내리게 배려한다. 그들 존재감이 결코 작지 않다는 생각에 몸 오싹했다. 걸음을 아끼는 우리 기사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문화가 달라서인가, 국민성인가. 사소한 건데 혼란스럽다.

몸을 씻다 무심코 욕실 벽에 눈이 갔다. 타일을 잘라 붙인 데라곤 없다. 사면의 벽이 백지 전장을 붙이듯 완벽한 시공이다. 이런 치밀함이 애초 설계에 포함됐을 거 아닌가. 마무리 손질도 깔끔하다. 만년필 나사, 볼펜의 잉크 내림, 손톱깎이에 이르기까지 기능에 철저한 그들,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일제 용품들은 이용후생에 탁월했다. 우리 집 욕실에 오려 내 붙인 성긴 타일이 떠올라 기분이 씁쓰레하다. 남과 비교할 때 장?단점이 드러난다. 고칠 것은 좋게 고쳐야 경제도 발전하고 사회도 진화한다.

아침 7시, 호텔 10층 창가에 기대 밖을 내려다본다. 오사카역 가까이라 역에서 내린 사람, 역으로 가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도도해 끊임없는 강물의 흐름 같다. 그들 복색이 눈길을 끈다. 희한하다. 9할 이상 온통 무채색이다. 흰색 상의에 검정색 하의이거나, 상하 검정이다. 빨강이나 하늘색 티셔츠 하나 입은 사람이 없다. 미니를 입은 여인도 눈에 띄지 않는다. 가방을 등에 지거나 어깨에 메거나 손에 들고 바쁜 걸음들이다. 양산 색도 대부분 검정이다. 유행이 서구에서 일본을 경유해 한국으로 흐른다는데, 이젠 역류인가.

우리의 도시는 눈길을 끄는 눈부신 색으로 얼마나 현란한가. 일본인, 그들의 검소한 삶 앞에 잠시 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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