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재배 환경은 변하고 있는데
감귤 재배 환경은 변하고 있는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용호, 제주감귤농협 조합장/논설위원

온주밀감의 당도는 예년보다 높은데 산도는 낮다고 발표된 적이 있다. 듣기에 따라서 금년도 감귤 품질이 높다고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도 할 수가 있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상식적으로는 현 시점에서는 당도기 높고, 산도가 낮기 때문에 수확기에 이르러서도 당도는 높고 산도가 낮아지게 되어 당산비가 높아짐으로 인해 품질이 향상될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당도는 물론 산도도 낮아져 품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

신맛이 있는지, 조생종 밀감을 따서 먹어보자. 과육만 좀 더 성숙되어 있다면 껍질은 청과더라도 먹을 수가 있다. 앞으로 기후 변화가 계속 진행이 되고, 과육의 성숙속도가 가속화되어 껍질이 탈색되는 시기에 수확될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렇게 된다면 극조생 감귤의 수확기는 더욱 앞당겨지고 조생도 10월 20일쯤 수확되기 시작할 것이다. 출하시기가 빨라지면 추석 시장에서 옹색하게 구색 갖추기에 불과 했던 감귤이 위상을 뽐낼 날도 멀지 않다.

환경이 변화되고, 이에 따라 감귤도 변해가는데 달라지지 않는 게 일부 사람들의 고정관념이다. 아직도 감귤은 착색이 되어야 소비자가 선호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갓 착색되기 시작한 감귤이 주렁주렁 달린 감귤을 보고 있는데도 착색이 잘된 감귤이 시장에 선보이면 이상하게 생각하고 꼼꼼하게 들여다볼텐데 말이다. 꼭지가 말라비틀어지고 과일 껍질이 말랑말랑해 탄력이 없는데다 껍질을 벗기고 맛을 보면 상큼한 맛도 없고, 이취가 풍겨 강제 착색된 극조생 감귤 또는 수입산이 아닌지를 확인할 것이다.

기후변화가 시작되기 이전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기후 환경에서는 과육이 덜 성숙되었음에도 가을의 저온에 의해 착색이 촉진되어 완전착색을 하더라도 신맛이 있어 당산비가 낮았다. 외관은 착색이 잘되었는데도 새콤달콤하여 햇 감귤의 맛을 느낄 수 있었지만 제값을 받을 수가 없었다. 감귤의 외피는 완벽하여도 과육은 상품성이 떨어져 겉과 속이 다른 성숙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완숙과 출하를 유도하기 위해 늦게 수확하도록 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현실은 여름 폭염과 한발에 의해 적산온도가 증가되고, 과육의 성숙속도는 촉진되어 집중호우에 의해 산도는 가팔라지게 낮아지고 있다. 게다가 증발산량이 증가되고, 호흡량이 왕성해짐으로 인해 산도는 호흡기질로 소모되고 있어 산도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폭염과 한발이 지속되는 환경은 감귤생육에 이상적이지만 강우량이 많으면 산도가 급속도로 낮아져 고품질의 감귤을 생산하기에는 부적합하다, 즉 폭염 환경에서는 당도와 산도가 높게 되는데 강우량이 많을 경우에는 산도가 높은 한라봉 등 감귤에서는 산도가 급격하게 떨어져 바람직 하지만 온주밀감에서는 산도가 낮아지면 당도상승은 멈춘다.

강우량이 적어서 산도가 높을 경우에는 생육기간이 길어지고 고당도 감귤이 생산되는데 강우량이 많은 환경에서는 현재까지는 당도가 높다고는 하나 산도가 낮을 경우에는 당도가 호흡기질로 소모되어 당도와 산도가 동시에 낮아질 수 있다. 과육은 성숙됐을 지라도 산도가 낮기 때문에 유통기간이 단축되는데다 품질이 변질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과거와는 다른 겉과 속이 다른 감귤로 변하고 있어 자연 그대로의 신선과 출하만이 제주감귤의 이미지를 새롭게 단장할 수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시기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