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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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사람 이름을 딴 법안은 크게 세 종류다. 발의한 사람의 이름이거나, 처벌 대상자의 이름, 그리고 피해자의 이름을 붙인 법안이다.

이 가운데 가슴이 미어지는 것은 아무래도 피해자의 이름을 넣은 법이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최진실법(친권 자동 부활 금지제), 신해철법(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등이 있다.

검사를 꿈꿨던 스물두 살 청년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지면서 또 다른 ‘이름법’ 제정 여부가 국민적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윤창호법’이다. 현역 군인으로 휴가 중이던 윤 씨는 친구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인도에 서 있던 중 변을 당했다.

윤 씨 친구들은 음주 운전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이에 정치권도 화답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음주운전을 ‘묻지마식 살인 행위’로 규정하는 가칭 ‘윤창호법’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음주운전은 중독성이 강한 마약 관련 범죄보다 재범률(37.6%)이 높다. 경찰청 통계 자료를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음주운전 재범률은 44.5%에 달했다. 10명이면 4.5명이 음주 상태에서 두 번 이상 운전대를 잡았다는 것이다. 그 수만도 10만863명에 달했다.

이처럼 재범률이 높은 것은 우리 사회 내부에서 음주운전에 대한 ‘방어기제’가 견고하기 때문이다. 운전자는 운전자대로 음주운전을 심각한 범죄로 여기지 않는다. 걸리면 재수 없다며 방어와 변명에 급급해한다. 처벌도 솜방망이 수준으로 관대하다. 대부분은 집행유예나 벌금형 정도로 풀려난다. 최근 3년간 중앙징계위원회 개최 결과를 보면 고위공무원이 저지른 음주운전 87건 중 90%에 가까운 73건이 견책 등 경징계에 불과했다.

다른 나라와는 영 딴판이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선 음주 운전자가 사망사고를 낼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보고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다. 20년형이 선고된 사례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음주운전을 실수로 인식하는 문화를 끝내야 할 때”라며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일부 참모들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만류했지만 “부모나 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까지 나섰으니 국민적 바람이 헛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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