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제관 ‘만덕제(萬德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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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제사(祭祀)는 신령(神靈)에게 음식을 바치며 기원을 드리거나, 돌아간 이를 추모하는 의식이다. 격식을 갖추고 제를 지낸다고 하여 제례(祭禮)라고도 한다. 글자상으로 보면 제(祭)는 제물을 차려놓는다는 뜻이고, 례(禮)는 복을 받기 위해 신(神)을 섬긴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제례는 제관(祭官)이 주관한다. 즉 제관은 제사에 직접 참여해 봉행하는 사람들이다. 술을 올리는 헌관(獻官)과 축문을 읽는 축관(祝官), 제사의 진행을 돕는 집사(執事) 등으로 구성된다. 헌관은 술잔을 올리는 순서에 따라 초헌관(初獻官)·아헌관(亞獻官)·종헌관(終獻官)으로 나눠진다.

▲예부터 전통 제례의식은 대개 남성들만 참여하는 금녀(禁女)의 행사였다. 그로 인해 제관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남성 우위의 유교적 영향 탓이 크다. 이후 시대가 변하면서 금녀의 벽이 깨지고 있다. 제관을 맡아 제례를 거행하는 여성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유일하게 여성들만 제관으로 참여하는 제례의식이 있다. 그 하나가 임진왜란 때 순국한 논개(論介)를 추모하는 의암별제(義巖別祭)다. 이 제례는 1868년 진주기방 기녀들의 주도하에 시작됐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문화말살정책으로 자취를 감췄다가 1992년 복원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주의 만덕제(萬德祭) 또한 거기에 해당된다. 만덕제는 여성 제관들에 의해 1980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조선시대 의인(義人)인 김만덕(1739~1812)의 나눔 정신을 본받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현대에 들어 전국 최초로 여성 제관이 집전하는 제의(祭儀)라 할 수 있다.

만덕은 정조 18년(正祖ㆍ1794년) 제주에 흉년이 들자 객주를 운영하며 모은 전 재산을 털어 뭍에서 쌀 500섬(72t)을 사들였다. 이어 굶주림에 허덕이던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이를 전해 들은 정조는 만덕에게 여성 최고의 벼슬인 ‘의녀반수(醫女班首)’직을 내렸다.

▲이 같은 만덕의 업적을 기리고,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잔치가 열린다. 오는 21일부터 27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되는 ‘제2회 김만덕 주간 나눔 큰 잔치’가 바로 그것이다. 첫날인 21일 오전 10시 제주시 사라봉 모충사 내 김만덕 묘탑에서 봉행되는 만덕제가 잔치의 서막을 알린다.

어느덧 39번째 만덕제다. 그 외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 만큼 도민들의 많은 참여와 성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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