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신청자 A씨 심사결과 기다리며 마음 졸여…“안전 보장되고 일자리 구할 수 있는 곳이면 서울이든 부산이든 어디든 상관없어”
“이제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감사한 이들의 도움과 희망이 있었기 때문. 기도하는 마음으로 심사결과 기다려”
“일자리를 구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상관없습니다.”
제주 예멘 난민신청자 2차 심사 결과가 발표된 17일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사마리안 하우스’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은 ‘예멘 난민을 위한 사마리안 행동’이 예멘 난민신청자들을 위해 마련한 공동 숙소이다.
현재 18명의 예멘인들과 봉사자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어 수업 등 한국 사회에 적응을 위한 교육을 받으며 심사결과를 기다려왔다.
예멘인들은 아직 심사결과를 통보받지 못했다.
예멘인 A씨(28)는 부모님과 4명의 여자 형제를 고향에 남겨두고 지난 5월 제주에 왔다.
A씨는 죽음의 위협을 피해 예멘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인터뷰 등 심사 과정의 큰 어려움이나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어 잠을 못 잘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다”며 “난민 불허 결정이 나면 죽느니 못하다”고 밝혔다.
A씨는 한 달 동안 도내 모 식당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제주생활은 녹녹지 않았다.
A씨는 “안전이 보장되고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곳이면 서울이든 부산이든 어디든 상관없다”며 “음식, 문화적 차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살아남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야 했지만 제주에서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예멘 난민을 둘러싼 찬반논란이 벌어진 것에 대해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충돌로 당연한 일이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A씨는 “제주의 환경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한들 내 가족과 친구들이 살고 있는 고향만 하겠느냐”며 “예멘 상황이 안정되면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A씨는 따뜻하게 보듬어준 한국인들에게 감사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A씨는 “이제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감사한 이들의 도움과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예멘 난민을 위한 사마리안 행동 관계자는 “예멘인들이 고국에서 겪었던 일들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상처로 남았고 지금도 뉴스 등을 통해 고국의 처참한 상황을 접하고 있다”며 “이들이 한국에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