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과 좀비의 결합은 신선하나 어디서 본듯한 '창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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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영화 불모인 한국은 2016'부산행' 이후 일약 독창적인 좀비물을 생산해내는 국가로 떠올랐다.

한국형 좀비물을 기대하는 영화 팬 기대에 부응하듯 '부산행' 이후 2년 만에 국산 좀비 블록버스터가 관객을 찾아왔다.

네이버에 연재된 동명 웹툰을 스크린으로 옮긴 '창궐'은 조선 말기를 배경으로 사극에 좀비물을 결합한 작품이다. 소재 자체가 신선한 데다 한국을 대표하는 미남 배우 장동건과 현빈이 투톱을 맡아 영화팬의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러나 영화는 어디선가 본듯한 설정과 장면으로 스크린을 채운다. '조선좀비물'이라는 소재의 신선함도 기시감에 묻혀 퇴색되고 만다.

물론 잘생기고 검술에도 능한 주인공과 카리스마 넘치고 멋진 악역이 등장하고 물밀 듯이 밀려들어 오는 좀비 떼와의 격투신을 원 없이 보여주는 등 상업 오락영화의 본분은 다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창궐'의 좀비 액션은 부산행 KTX 안에서 마동석과 공유가 보여준 액션에 비해 신선도가 떨어진다. 검술의 고수 대신 조선형 좀비인 '야귀'(夜鬼)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달려든다는 점 외에 기존 무협사극과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좀비물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동료를 구하기 위해 희생하는 캐릭터' 역시 빠지지 않는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수 명이다. 주인공의 성장을 위해 비장하게 죽는 캐릭터가 너무 많다 보니 식상하고 작위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후반부 좀비의 물량공세와 정교하게 재현한 궁궐은 제작비를 대규모로 투입한 티가 난다. 정교하게 설계한 액션 시퀀스와 세련된 화면은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만, 궁궐에 야귀가 창궐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다소 늘어지는 감이 있다. 이는 이것저것 설명할 것이 많은 사극의 공통적인 단점이기도 하다.

기껏 사극과 좀비물을 크로스오버했지만 큰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사극의 단점과 좀비물의 클리셰를 모두 노출한 셈이다.

어릴 때 청으로 건너가 청의 문물을 익힌 조선의 둘째 왕자 강림대군 이청(현빈 분)은 형 소원세자(김태우 분)가 자결하자 조선으로 향한다.

제물포에 당도한 이청은 밤에만 활동하며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의 습격으로 마을이 쑥대밭이 된 모습을 목격한다.

이청은 형 소원세자의 오른팔 박종사관(조우진)의 도움으로 야귀의 습격을 피해 환궁하지만 이미 조정은 병조판서 김자준(장동건 분)의 손아귀에 들어간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야귀 떼가 궁궐마저 덮치면서 조선은 망국의 위기에 처한다.

조선 말 가상의 시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인조반정 이후 조선의 상황을 차용한 듯하다. 김의성이 연기한 왕 '이조''인조', '소원세자'는 소현세자, '강림대군'은 봉림대군(훗날 효종), '김자준'은 인조반정의 공신 김자점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을 배경으로 삼았지만 지난 정권 말 촛불정국을 연상케 하는 화면과 대사가 꽤 자주 등장한다.

무능하고 의심 많은 왕 이조는 "내가 이러려고 왕이 됐나"라고 한탄하고, 이청은 그런 왕을 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천하의 죄"라고 읊조린다. 또 수많은 횃불이 궁궐을 감싸는 엔딩 장면은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을 떠올리게 한다.

연출을 맡은 김성훈 감독은 "영화를 만들어가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시대와 동떨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즐길 수 있는 장치로 사용한 것이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쓰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냥 즐겁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각 미남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장동건은 어떤 상황에서도 야심을 버리지 않는 악의 화신으로 분했다. 특히 이청과 마지막 결투를 벌이는 장면에서 흉측한 분장도 마다치 않았다.

장동건은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영화의 뒷부분 모습이 궁금했고 점점 더 외모를 망가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니 그렇게 망가뜨리려고 했는데 잘 안 망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170억 원 제작비가 투입된 창궐은 19개국에서 동시기 개봉한다. 해외 판매가 호조를 보인 덕에 손익분기점은 국내 관객 380만 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2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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