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워라, 그물…나는 길들이지 않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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⑰고마루(上)
19일부터 20일까지 고마로·신산공원서 馬 축제
조선시대 정부에 말 진상하기 위해 말을 기르던 곳

천고마비의 계절 시월에는 제주시 일도2동에서 고마로 축제가 열린다. 바람난장 가족들이 지난 13일 역사 문화의 중심지 고마로를 찾았다. 도심 속 공원에서 바람난장 가족들이 또 하나의 실험 예술을 펼치며 도민들에게 문화, 예술이 가까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천고마비의 계절 시월에는 제주시 일도2동에서 고마로 축제가 열린다. 바람난장 가족들이 지난 13일 역사 문화의 중심지 고마로를 찾았다. 도심 속 공원에서 바람난장 가족들이 또 하나의 실험 예술을 펼치며 도민들에게 문화, 예술이 가까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교래 들판 지나갈 때는

바람이 되리

방자하게 불어대는

바람이 되리

생각에 잠겨있는 억새꽃수풀

가만두지 않으리

마구 흔들어 더더욱 몸부림치게 하리

산안개 몰아서

조랑말떼로 달리게 하리

산굼부리 벼랑으로

곤두박질치며

흘러가게 하리

아직 길들지 않은 들판

교래 들판 지날 때는

미친듯한 바람으로 가리

거침없으리

 

-김순이, <교래리 들판을 지나며> 전문

 

강창근 지역사회보장협의회 위원장이 고마로에 대해 설명을 이어가고 있다. 고마로는 정부에 말을 진상하기 위해 말을 키우던 곳이다.
강창근 지역사회보장협의회 위원장이 고마로에 대해 설명을 이어가고 있다. 고마로는 정부에 말을 진상하기 위해 말을 키우던 곳이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시월이다. 영주십경(瀛洲十景) 중 ‘고수목마’(古數牧馬)의 너른 들판엔 억새 물결로 출렁거린다.

이맘때면 제주시 일도2동에서 열리는 제5회 ‘고마루 축제’가 있다. 역사 문화의 중심지 고마루에서 난장을 펼친다. 도심 속 공원에는 고마루의 상징인 말 동상과 역동적인 벽화가 있고, 옆길로는 차들이 질주한다. 키 큰 소나무들과 팔각정자가 역사를 증언하듯 의연하게 난장팀을 맞는다. 태풍의 영향으로 고마루 축제가 다소 늦어지는 바람에 난장의 일정도 맞춰지고 있다.

정민자 진행자는 이 지역 강창근 지역사회보장협의회 위원장, 한재림 주민자치위원, 백영종 마을회장, 부영선 부위원장, 한영섭 감사, 양상추 의원등, 참석한 분들을 소개한다. 그 외 지역주민, 제일지역아동센타 학생들이 참석했다.

강창근 위원장은 이곳은 “조선 시대의 ‘고마장’이 ‘국마장’으로 승격되면서 정부에 말을 진상하기 위해 기르던 곳이다. 역사와 문화를 알려 예술의 길을 만들기 위해 축제를 유치하게 됐다. 일도2동의 발전과 제주도의 축제로 더욱 발전되기를 바란다. 2014년 정부에서 특구 지정 시 ‘마 문화’ 초대회장을 맡고….”는 인사말이다.

 

강상훈 연극인이 김순이 시인의 ‘교래 들판을 지나며’를 낭송하고 있다.
강상훈 연극인이 김순이 시인의 ‘교래 들판을 지나며’를 낭송하고 있다.

강상훈 연극인이 김순이 시인의 ‘교래 들판을 지나며’를 교래 벌판의 억새밭을 거침없이 지나는 바람 소리인양 힘차게 낭송한다.

‘교래 들판 지나갈 때는/바람이 되리/산안개 몰아서/조랑말 떼로 달리게 하리/아직 길들이지 않은 들판/교래 들판 지날 때는/미친듯한 바람으로 가리/거침없으리/’

길들이지 않은 들판에 부는 바람은 어떤 바람일까. 그 바람 속인 듯 길들이지 않은 조랑말들이 자동차 대열 사이로 힘껏 내질러 올 것만 같다.

 

푸른 소나무 사이로 원색의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장은·한정희·양창열 무용가가 ‘입추’를 주제로 한 춤사위를 펼치고 있다.
푸른 소나무 사이로 원색의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장은·한정희·양창열 무용가가 ‘입추’를 주제로 한 춤사위를 펼치고 있다.

국악단 가향의 전병규와 현희순의 연주다. ‘소리길’(서편제 곡) 연주로 소금과 신디사이져의 하모니가 도심 속 숲을 깨우며 은은하게 깃든다. “소금은 신라 때의 악기로 안 되는 연주가 거의 없다. 자작곡 ‘제주의 돌’은 현무암의 모난 곳이 다듬어져 제주의 담과 집으로 탄생하듯 많은 시간을 숙성하는 동안 사랑을 담아 너와 내가 만나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뜻이다.”는 전병규의 막간의 해설이다. 단소 연주는 돌담 너머 소나무 숲을 지나 마을 골목골목까지 휘돌아든다. ‘느영나영’ 민요곡에 어깨춤이 절로 난다. 앵콜곡 ‘한오백년’의 애달픈 가락에 말과 사람의 연으로 잇는, 내력의 언저리로 도타운 품새가 자리한다.

천고마비의 계절,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말은 왜곡된 말이라는 것을, 흉노족이 가을만 되면 변방으로 쳐들어와 약탈과 노략질을 일삼았다는 유례가 아쉬움으로 자리한다.

이 계절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성큼성큼 발걸음 내딛어 교래리 들판으로, 길들지 않은 바람을 맞으러 나서봄은 어떨까.

*다음 호에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글=장영춘

영상·사진=허영숙

사회=정민자

시낭송=강상훈

음악=국악단 가향 전병규·현희순, 서란영

무용=장은·한정희·양창열

음악감독=이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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