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인권과 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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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前 백록초등학교장·동화작가

교사는 미완성인 학생들을 사람답게 만들기 위해 애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데 교육현장에서 교사의 인권이 무시되고, 가르칠 권리가 방해받는 일들이 일어난다. 그래서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이 늘어난다는 소식을 듣고 우울하다.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 학생이나 그와 유사한 성향을 가진 학생이 있으면 교육 활동은 엉망이 된다. 교육과정을 가르쳐야 할 교사는 망연자실하고, 친구들도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없는 교육환경으로 변하고 만다. ADHD나 자폐, 조울증 등을 가진 학생이야 환자이니 치료를 하고 특수교육으로 가르친다 하더라도 언행이 제멋대로인 학생을 만나면 교사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일제교육의 잔재로 체벌이 일상이었다. ‘회초리’는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허용되었다. 때려서라도 잘 가르쳐 달라는 학부모가 대부분이라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조선시대에도 서당 훈장님은 회초리를 애용했고, ‘회초리를 아끼는 부모는 자식을 망친다’는 속담은 당연한 것이었으며, 학교에서건 가정에서건 체벌을 가하며 엄하게 교육하는 걸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런데 학생인권이 강조되면서 체벌을 대체할 방법이 마땅찮아 교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 2학생이 무서워서 북한군이 쳐들어오지 못한다’는 우스개가 회자되곤 했는데, 이젠 초등학생들 중에서도 선생님께 반항하는 학생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체벌이나 정학, 퇴학도, 전학도 초·중학교에서는 불가능하다.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도 마땅히 교사를 보호해 주지 못한다. 13세 이하 학생은 촉법소년들로 중죄를 지어도 벌을 받지 않으니 당한 교사만 속앓이를 하거나 교단을 떠나는 수밖에 없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와 교권침해, 선도위원회를 열어도 수용하지 않고 계속 항의하는 학부모나 학생을 만나면 교사의 사기가 떨어지고 열정은 유명무실해진다.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권이 충돌하면 교육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지 못한다. 더더구나 학부모의 항의나 고발은 의욕상실을 가져와 적당히 시간을 때우는 교사를 양산하게 된다. 아무리 좋은 교육환경이나 교육기자재도 교사를 넘어설 수 없는데, 교사의 의욕을 꺾어버리면 결국은 학생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교사들은 자존감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스스로 노동자로 처신하는 교사들도 있지만 스승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교단에 서고, 교사와 제자로 만나는 걸 보람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니 교권을 존중해 주는 일은 교사를 교사답게 만들어 주는 일이다.

최근 모 초등학교 교육가족이 난처한 상황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전 학교에서 생떼를 부리던 학부모가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도 무리한 요구를 하고 고발을 하는 등의 행패를 부리고 있어 교장이 교단을 떠날 생각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교사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약자일 수밖에 없어 교육청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무리한 요구로부터 해방되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교사가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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