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식물
움직이는 식물
  • 제주신보
  • 승인 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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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환경운동가·수필가

선선한 가을이다. 더욱 바빠진 일정이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에도 눈뜨게 한다. 이미 기지개를 켠 멍멍이에게 먹이를 주고 많이 먹으라 한 뒤 꼬리치며 반기는 녀석을 쓰다듬으면 보송보송한 털 감촉이 보드레하다. 닭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가와 모이를 다퉈 받아먹는 녀석들도 활기찬 모습이다.

희붐하던 새벽이 아침으로 갈아입느라 바지런 떤다. 텃밭을 돌아본다. 처음으로 눈을 준 ‘잠풀’도 이제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새끼손가락으로 인사를 걸었다. 관절을 꺾어 밤새 안녕하시냐는 듯 수줍게 절을 한다. ‘함수초’답다.

이 식물을 알게 된 것은 오래전이다. 잎과 가지 관절마다 신경이 있어 ‘신경초’라는 이름으로 내게 다가왔다. 움직이는 식물이 볼수록 신기했다. 꽃을 함부로 꺾어가던 동네 개구쟁이들에게 보여주며 식물도 소중한 생명체임을 알려 주고 싶었다.

밤엔 잠을 잔다 하여 잠풀, 만지면 수줍음을 탄다 하여 엄살풀, 동물처럼 신경이 있어 신경초, 그렇게 갖가지 별명으로 불리는 녀석을 어렵사리 구했다.

정성을 다하여 길렀다. 어린 아들과 딸이 좋아하며 날마다 쓰다듬으며 놀았다. 동네 아이들은 주변 식물도 이렇게 살아 있을 터이니 함부로 꺾으면 안되겠다며 살며시 만진다. 그 마음에 반응하듯 신경초도 슬쩍 잎만 몇 개 접는다. 거칠게 만지면 가지까지 화라락 접어 외면해 버린다. 그걸 알게 되면서 아이들은 식물과 교감하고 있었다.

마을 농협에서 농산물 장터 준비로 분주했다. 농협 직원이 집에 들렀다가 신경초를 보고 반해 버린 눈치다. 행사에는 아이들도 온다며 화분에 넣어 주면 팔아 보고 싶다 한다. 수십 개의 화분에 넣어 주며 화분 값 정도인 천 원만 받으라 했는데, 이천 원씩 받고 다 팔았다며 웃었다.

브라질이 원산지인 신경초의 학명은 미모사(Mimosa)다. 약재로도 쓰이나 보다. 감기, 기관지염, 대상포진, 해독 등 효능이 수없이 열거돼 있다. 이름도 감응초, 민감풀, 견소초, 나라마다 붙여진 이름이 보태지면서 많기도 하다.

교육부, 환경부, 도교육청, 농업기술센터 등 몇몇 곳에서 의뢰를 받아 강의를 하고 있다. 문득 청소년 교육에는 신경초를 이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움직이는 식물을 보여주며 환경교육·생태교육·농업교육을 접목 한다면 좋을 것 같아서다.

3월에 씨앗을 파종했으나 발아한 것은 10여 개가 고작이다. 온실에서 포트 작업을 거쳐 밭에 심은 귀한(?) 몸이 살아 있노라 인사한다. 그와 만나는 아침이 즐거운 요즘이다.

이 식물을 아는 사람도 있지만, 낯설다는 사람이 많다. 내년엔 시범적 교육을 한 후, 내후년엔 학교마다 교육을 다니며 무상으로 씨앗을 퍼뜨려 볼 생각이다. 움직이는 식물이 자라나는 아이들 인성교육에 좋을 것이란 믿음이 든다.

요즘 들어 부쩍 약한 동물을 괴롭히거나, 어린 아이들도 곤충의 생명을 쉽게 빼앗는 걸 목격한다. 게임 중엔 피를 튀기며 싸우는 오락이 늘고 있다. 생명을 경시하는 게 도를 넘는다.

열일곱 살 소녀의 토막살인, 어금니 아빠라는 사람이 저지른 금수만도 못한 짓. 저간의 뉴스들이 우릴 분노케 하지 않는가. 사람이기에 저질러서는 안 되는 일이 계속 터져 나온다. 짐승과 달리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선함, 사람다움에 목마른 요즘이다. 인성교육이 더욱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