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통곡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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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일, 문학박사·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시청에서 정부가 내건 국정지표를 보았다.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구호로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이다.

여기 ‘한반도’란 표현은 알쏭하여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올바른 용어 사용이 못 된다. 왜냐하면 크게 다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한반도(韓半島)’는 일본인 다케이치 로쿠노스케(竹內六之助)가 처음 쓴 말이다. 1917년 일본 동경의 반도신문사에서 조선인을 위해 국한문혼용의 <반도시론(半島時論)>을 발간했다. 그 때 일본의 속셈은 조선을 ‘반은 섬’이란 뜻의 ‘조센한토(朝鮮半島)’로 규정하여, 일본 열도에 편입시켜 속도·속국으로 삼으려 했다. 나라를 빼앗고자 일제 식민통치로 탄압하면서, 조선말살정책을 자행했다. 그 당시 조선어를 못 쓰게 하고, 일본어를 상용코자 조선의 역사와 문화를 왜곡, 은폐, 미화, 날조했다. 이를테면 ‘한반도’를 비롯해 한일합방[일한병탄], 갑오경장, 모국어, 개화기, 부락, 교포, 신정, 구정 따위 말들이다. 이제 이런 말들은 사라지거나 버려야할 일제 언어유산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서도, 현 정부가 국정지표에 ‘한반도’로 표현한다면 국가 정통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우리 고유의 민족정신에도 어긋난다.

둘째, 현재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은 대한민국뿐이다. 1950년 6·25 전쟁으로 남북이 분단된 이래, 분단의 참극과 고통을 한없이 겪는다. 이 땅을 지키며 사는 자국민이 내 나라를 일본인 따라 ‘한반도’로 쓰면, 남북 분단을 더 고착시키는 셈이 된다. 대한민국은 제주도를 비롯한 유인도 486개, 무인도 3191개로, 약 3677개 섬을 가진 나라이다. 나라 전체를 반섬(半島)으로 여기는 자체가 모순이요 자가당착이다.

셋째, 국가의 3요소 중 하나인 우리의 영토 규정이 문제다.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로 규정해 놓았다. 알고 보면 헌법 전문 문구가 일본어투성이다. 이는 앞으로 새 헌법 개정에서 시정해야 할 과제다. 또 ‘한반도 기’는 공식 국기가 아니므로 국제법상 위배된다.

우리 국토는 크게 세 번에 걸쳐 바뀐다. 고구려 광개토대왕 때를 잊었는가! 가장 넓었던 중원 지역의 고구려 땅을 중국에 빼앗겨 나라마저 잃었다. 1712년(숙종 38) 백두산정계비(定界碑)[조선과 청나라 국경 표시]로 압록강과 두만강이 국경이 되어 국토가 좁혀졌다. 그러다가 1950년 6·25전쟁으로 삼팔선[군사분계선]을 경계로 국토가 축소됐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이 조선을 ‘한반도’로 명명해 더 고착시켜버렸다.

이런 역리지통(逆理之痛)이 어디 있으랴. ‘한반도'의 내력을 모르고 거저 맹목적으로 사용하는 언론의 언어 현실을 그냥 침묵하기에는 너무 안타깝다. 오죽하면 ‘한반도’를 통곡하도다!는 대성통곡을 호소문으로 세상에 고하겠는가?

특히 위정자와 언론인이시여! 말과 글에는 뜻이 있고 씨가 있다. 그릇되고 잘못된 ‘한반도’란 말은 이제 쓰지 말자. 언론인이 나라말 정화(淨化)에 앞장서야 나라말이 산다. 조국의 평화와 번영이 이루어지려면 하루속히 ‘한반도’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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