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사칭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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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청와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곳이다. 대통령의 집무실이자 관저이기 때문이다. 접견실, 회의실, 주거실 등이 있는 본관과 비서실, 경호실, 춘추관, 영빈관 등 부속건물로 돼 있다. 본관 2층 화강암 석조에 청기와(靑瓦)를 덮으면서 그 명칭이 유래됐다.

행정구역상 주소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 1번지다. 뒷쪽으로 북악산이 받치고, 왼편(좌청룡)에 낙산, 오른편(우백호)에 인왕산이 있다. 앞쪽엔 청계천이 흘러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형상이다. 풍수지리상 ‘명당 중의 명당’이라는 얘기다.

해서 고려시대에 수도 개경의 별궁터로 자리 잡았다. 조선시대 들어선 경복궁 후원으로 사용됐다. 일제강점기엔 총독관저로, 미군정기엔 미군정 장관의 관저로 쓰였다. 1948년 8월 정부가 수립되면서 대통령 관저가 됐다. 당시엔 경무대로 불리었다. 그 후 윤보선 대통령이 청와대로 이름을 바꿨다.

▲대한민국은 강력한 중앙집권제인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니 청와대는 우리나라 최고의 권부(官府)가 될 수밖에 없다. 국정 컨트롤타워로서 모든 권력과 정보가 집중돼 있는 거다. 특히 인사권과 재정권 등에서 그 권한이 막강하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힘이 휘둘러진 이유다.

그래서 일까. 과거부터 청와대를 사칭하는 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이승만 정부 때 ‘가짜 이강석’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20대 청년이 이승만의 양자로 입적된 이강석을 사칭, 지방 기관장들을 농락한 게다. 권력을 이용해 한 건 해보겠다는 세태가 반영된 결과다.

▲요즘도 틈만 나면 청와대를 사칭한 사기 행각이 잇따르고 있다. 시대가 변해도 권력에 줄을 대 잇속을 챙기려는 이들이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해당 사례가 공개됐다.

문 대통령 명의로 ‘도와주라’는 취지의 가짜 문자 메시지를 보내 지방 유력자 다수에게서 수억원을 가로챘거나, 임종석 비서실장과의 친분을 사칭해 ‘모친을 사면해주는 조건으로 임 실장이 3000만원을 요구한다’고 속여 돈을 뜯어 내는 등 어처구니없는 사례들이다.

보통의 상식으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청와대 사칭 범죄가 60여 년 넘게 역대 정부에서 매년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사회에 ‘빽이면 다 통한다’는 잘못된 통념이 여전히 남아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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