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게 없이 한 가장이 또 목숨 잃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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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또 터진다. 삼다수 생산공장 근로자 사망사고 얘기다. 지난 20일 오후 제주에서 또 한 명의 30대 젊은 가장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숨진 고(故) 이민호군의 죽음이 있은 지 1년 만에 비슷한 사고가 또 발생했다. 숨진 김모씨는 기계가 멈추자 센서 등의 확인에 나섰다가 설비에 몸이 끼어 변을 당했다고 한다. 100일 된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이 더하다.

김씨에 대한 부검 결과 목 부위에 강한 압박을 받아 호흡을 하지 못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그에 따라 현장 보존과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현재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고용노동청이 내린 작업중지 명령은 안전조치가 완료되고 시설보완이 이뤄진 뒤 심의를 거쳐 해제된다고 한다.

근로자 사망사고는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기업의 책임이 가장 크다. 무엇보다 사고 원인과 위법 여부 조사가 급선무다. 보도에 따르면 사고가 난 생산라인은 한시적으로 4조가 3교대로 근무를 하다가 공장 확충 등으로 인력이 달리자 얼마 전에 다시 3조 2교대로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게다가 이번 일로 ‘국민생수’로 자리잡은 삼다수의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1998년 출시된 후 생수시장에서 40% 안팎의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차지했지만 이번 사고로 20년 만에 삼다수 생산이 전면 중단된 탓이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것과 별도로 이미지 만회를 위한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이번 사고는 제주를 대표하는 공기업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혹독한 근무환경과 무리한 공정 때문이 아니냐는 여론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매번 부끄러운 것은 재해 자체보다도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 모자라 그때그때 적당히 미봉하고 넘기려는 잘못된 풍토다. 더는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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