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 제주4·3 위령비가 건립된다
오사카에 제주4·3 위령비가 건립된다
  • 제주신보
  • 승인 201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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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수, 리쓰메이칸대학 국제관계학부 특임교수

일본 제2의 대도시인 오사카는 제주인의 제2의 고향이기도 하다.

식민지 강점기부터 많은 제주인들이 이곳 오사카로 건너왔다.

1930년대 후반에는 무려 5만명, 즉 당시 제주인 5명 중 1명꼴로 오사카에 살았던 셈이 된다.

그중 적지 않은 제주인들은 8·15 광복 이후에도 계속 이 땅에 머물렀다.

오사카는 4·3의 한이 맺힌 ‘4·3의 제2의 현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일본에서도 4·3사건을 언급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암묵적인 압력이 있었던 한편 이를 극복하려는 4·3 운동도 줄기차게 이어져 왔다.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4·3의 기억이 어둠 속에 갖혀 있었던 시기 4·3의 진실에 다가서면서 침묵의 벽을 무너뜨릴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재일동포 지식인이나 작가들이었다.

이미 1950년대에는 김석범이 4·3의 참혹한 현실을 주제로 해 ‘까마귀의 죽음’(1957년)을 펴냈고, 1960년대에는 김봉현·김민주의 ‘제주도 인민들의 4·3무장투쟁사’(1963년)가 출판됐다.

김석범은 일본에서 4·3의 진실을 계속 파헤쳤고, 1984년에는 저서 ‘화산도’(제1∼3권)가 오사라기지로상(大佛次賞)을 수상해 일본 사회에서 4·3의 공론화에 크게 기여했다.

1988년 4월에는 제주에서는 개최될 수 없었던 4·3 40주년 기념행사가 도쿄에서 ‘추도 기념강연회’라는 형식으로 실현됐다.

강연장에는 재일동포와 일본인 등 500명 이상이 몰려들어 신문이나 TV 등에서도 보도가 되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켜 일본에서의 4·3운동의 새로운 출발점이 됐다.

1998년 50주년 때에는 4·3유족들이 대거 참석한 오사카 위령제가 열렸고, 이를 비롯해 도쿄·오사카에서 치러진 일련의 기념행사들은 일본에서 4·3운동 대중화가 실현되는 계기가 됐다.

100명 규모의 제주 방문단과 NHK가 이 방문단을 취재해서 장편 다큐 프로그램으로 전국에 방송하게 된 60주년의 여러 행사들은 일본에서의 4·3운동에 대한 지지의 확산이라는 차원에서 큰 획을 그었다.

올해 70주년에는 제주에서 열린 4·3추념식에 일본에서 200명을 넘는 방문단이 참석했고, 도쿄 1500명, 오사카에서 700명이 모인 대규모 추도 모임 등 여러 행사들이 잇따랐다.

오사카 위령비 건립은 이러한 일본에서 이어져 온 4·3운동의 달성을 바탕으로 기획된 프로젝트다.

위령비 건립에 드는 온갖 비용은 모금으로 마련됐으며, 부지는 오사카에서 재일동포 사찰로 알려진 통국사(덴노지구天王寺區 소재)가 제공했다.

한국, 주로 제주에서도 여러 기관·단체·개인의 아낌없는 협조가 있었다.

위령비 제막식까지 한 달 앞두고 한국과 일본의 300에 가까운 단체·개인들이 모금에 참여해 주었고, 목표 액수(3500만원)를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 모아졌다.

비석 둘레에는 4·3 당시에 존재했던 제주의 모든 마을(178개 마을)에서 수집된 주먹만 한 크기의 돌들이 배치된다.

제막식은 다음 달 18일 오후 통국사에서 치러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