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로 새 세상에 눈 뜬 드라마틱한 인생 2막
걷기로 새 세상에 눈 뜬 드라마틱한 인생 2막
  • 좌동철 기자
  • 승인 2018.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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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人 아카데미-(12)이영철 여행작가
치열했던 29년의 직장생활…퇴직 후 나홀로 세계 걷기 여행 나서
네팔 안나푸르나 등 세계 10대 트레일 섭렵…5년간 2829㎞ 횡단
‘투르 드 몽블랑’ 등 여행에세이 4권 펴내…생생한 여행 기록 담아
지난 27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열린 제주新보 ‘제주人 아카데미’에서 이영철 여행작가가 ‘인생 2막에서 만난 세계 도보 여행’을 주제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고봉수 기자 chkbs9898@jejunews.com
지난 27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열린 제주新보 ‘제주人 아카데미’에서 이영철 여행작가가 ‘인생 2막에서 만난 세계 도보 여행’을 주제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고봉수 기자 chkbs9898@jejunews.com

해본 것도, 가본 곳도, 특별한 일도 없는 월터는 16년째 라이프(LIFE) 잡지사에서 일해 왔다. 월터의 유일한 취미는 상상하기’. 지구 반대편 여행하기, 헬기에서 바다 한 가운데로 뛰어내리기, 폭발 직전 화산으로 돌진하기 등을 실행한 월터는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이영철 여행작가(61)는 지난 27일 제주아카데미 강연에 앞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영화를 소개했다.

인생 후반부에는 안주하던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걷기여행을 통해 평범한 삶에서 탈출해 인생 2막을 드라마틱하게 살고 있다.

여행으로 삶이 달라졌다=제주시 한림읍 금능리가 고향인 이 작가는 1981년 삼성그룹에 공채로 입사했다. 첫 발령지는 삼성그룹 계열사인 전주제지(현 한솔제지)였다.

평사원에서 대리·과장·차장을 거쳐 20년 만에 대기업 부장에 올랐다.

이어 임원(상무)으로 9년을 재직했다. 2011년 부사장 후보에 올랐으나 아쉽게도 탈락했다. 치열했던 29년의 직장생활을 마감했다.

퇴직 후 어떤 삶을 살까 고민하다가 가보고 싶었던 남해안을 갔죠. 3일간 나홀로 배낭여행을 하면서 답을 찾았습니다. 남은 인생은 걷기여행을 해보자고.”

제주에는 올레가 있는 것처럼 전 세계에는 10대 트레일이 있다.

그는 2012년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일(140)을 시작으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782) 뉴질랜드 밀포드&마운트쿡(88) 페루 잉카트레일(49) 칠레 토레스 델 피어네(76세로토레(40) 영국 코스트 투 코스트(315) 투르 드 몽블랑(170) 아일랜드 위클로웨어(132) 중국 차마고도(60) 일본 규슈올레(206) 등 세계10대 트레일을 섭렵했다. 5년 동안 2829를 걸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한 달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훈련 삼아 2013년 동해안 해파랑길을 종주했죠. 제주올레길이 히트 치면서 해파랑길이 나오게 됐는데 앞으로 서해·남해·동해와 휴전선을 일주하는 코리안 둘레길’(4500)이 개장될 예정입니다.”

그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800년 전부터 기독교인들이 왕래를 하면서 숙박은 물론 걷기 인프라가 잘 갖춰졌다고 했다. 영국의 북부를 횡단하는 코스트 투 코스트에선 에밀리 브론테의 고향이자 소설 폭풍의 언덕의 현장을 만날 수 있었다.

영국 트레일에는 역사와 문화, 예술 등 스토리가 다양합니다. 19세기 영국의 옛 모습을 잘 간직했죠. 제주올레가 수출한 규슈올레에선 일본 최초의 개항지로 많은 영웅들을 배출한 탄생지를 만나볼 수 있었죠.”

 

이영철 여행작가의 강연을 듣고 있는 제주인 아카데미 참여자들의 모습.
이영철 여행작가의 강연을 듣고 있는 제주인 아카데미 참여자들의 모습.

관광객 유치보다 자연보호 우선=“뉴질랜드는 트레킹의 천국으로 9개의 트레일 코스가 있죠. 그런데 영화 반지의 제왕의 배경이 된 밀포드 트랙은 하루 80명만 입산이 가능합니다. 입산이 어려운 만큼 자연보호가 잘 돼 있죠.”

그는 태양의 문을 지나 마주한 고대 문명도시인 마추픽추의 감동을 소개하면서 이곳 역시 자유여행이 금지됐다고 설명했다.

잉카 문명이 남아 있는 마추픽추에는 하루에 500명만 방문이 가능합니다. 전 세계마다 아름다운 곳은 자연을 철저히 보호하려는 의지를 볼 수 있었죠.”

이 작가는 최소한의 경비로 해외 트레킹에 나서고 있다.

누구나 부담 없이 갈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10일간 알프스 몽블랑을 종주할 때 쓴 경비는 항공료를 포함해 245만원이었다. 남미 5개국을 33일 동안 방문하면서도 600만원을 썼다.

세계 10대 트레일 총서 발간=그는 걷기여행을 기록으로 남겼다.

안나푸르나에서 산티아고까지(2013), 동해안 해파랑길-걷는 자의 행복(2014), 영국을 걷다-폭풍의 언덕을 지나 북해까지(2017), 투르 드 몽블랑(2017) 4권의 여행서를 펴냈다.

생생한 여행기와 사진을 수록한 여행서는 대표적인 트레킹 가이드북이 됐다.

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 3개국에 걸쳐 있는 몽블랑 일주 트레킹을 담은 투르 드 몽블랑과 코스트 투 코스트 워크(Coast to Coast Walk)를 알려준 영국을 걷다는 국내에서 처음 소개된 여행서였다.

4권의 여행에세이는 남들이 가지 않았던 곳을 가면서 나온 도전과 모험의 산물이었다.

그는 전 세계 10대 트레일을 총 정리한 가이드북을 발간할 계획이라며 인생 전반부 30년은 샐러리맨으로 살았지만 후반부에는 도보여행을 하면서 인생을 다시 설계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