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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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필수, 제주관광공사 해외마케팅처장·관광학박사/논설위원

올 한 해는 예멘 난민으로 시끄러웠다. 처음 난민을 마주하면서 도민들은 생활, 노동, 취업 등에서 난관에 부딪치고 있다고 아우성이었다. 2002년부터 시행된 제주 무사증 제도 폐지에 대한 국민청원도 있었다. 관광산업이 제1산업인 제주도민들의 환대 정신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환대(歡待)는 국어사전에서 ‘반갑게 맞아 정성껏 후하게 대접함’이다. 유의어는 환영, 후대, 대접이다. 영어로는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이며, 오스페스(hospes)라는 라틴어에 어원을 두고 있다. 이 오스페스라는 라틴어에는 손님(guest)이라는 뜻도 있는가 하면, 주인(host), 안주인(hostess), 집주인(landlord)의 뜻도 있다. 환대의 주체는 주인만이 아니고 손님도 해당되며, 일방적이 아닌 쌍방적이라는 것이다.

낯선 손님을 환대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될까? 헬라어성경에서 손님으로 풀이된 제노스(xenos)라는 단어는 외국인(foreigner), 낯선 사람(stranger), 이국인(alien) 등의 뜻과 함께, 주인(host)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 그리고 주인(host)이라는 말에는 손님(guest)이라는 뜻과 함께, 적(enemy)이라는 뜻도 들어 있다. 따라서 환대(hospitality)와 적대감(hostility)이라는 단어는 상반된 의미지만, 어원은 매우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은 방문객과는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원수도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방문객에 대한 따뜻한 환대는 동반자로 만들기도 하지만, 오히려 부족한 환대는 날카로운 적대감으로 바뀌거나 외국인 혐오증(xenophobia)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는 글로벌 관광도시며, 평화의 도시다. 또한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생존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환대 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손님 후대하기를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10월 초 3박 4일간 일본을 방문했다. 2011년 일본 동해에서 발생한 쓰나미로 피해가 컸던 일본 미야기현 게센누마시와 히가시마쓰시마시 올레길 개장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쓰나미로 게센누마시에서는 1434명, 히가시마쓰시마시는 1152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이후 미야기현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미야기 올레를 걷다보면 마을의 집들이 거의 다 새로 지은 집이다. 아픔이 있는 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끔찍한 일을 뒤로하고 살아있는 사람들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제주올레에 구원을 요청했다. 제주올레에서는 고심 끝에 올레길 2개를 냈다.

아픔이 있는 마을, 미야기현 마을 사람들의 환대는 우리가 배울 만 했다. 마을 사람들은 지역 특산품을 자랑하고 판매하면서 방문객과 마주할 때마다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처럼 방문객들이 올 때와 갈 때마다 온 몸짓을 다해 정성을 다하는 지역주민들의 태도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지역주민들의 환대는 방문객들을 친구로 만들고 또한 지역산업을 활성화시키는 마케터로 거듭 나게 만드는 것이었다.

제주는 연간 1500만 명의 방문객이 있다. 이 많은 사람들을 우리의 친구로 만들 것인가 적으로 만들 것인가는 우리의 환대에 달려있다. 우리가 먼저 따뜻이 대할 때 방문객들도 우리를 따뜻하게 대한다. 환대의 정신이 제주에 사는 사람과 찾아오는 사람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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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ㅈㄷ 2021-05-20 22:16:02
쿠쿠루삥뽕

윤갑구 2020-05-31 07:24:57
환대는 적을 친구로 만드는 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