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전후의 우리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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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흥식, 수필가

인생이란 기나긴 여행과도 같다. 우리 생명이 탄생하여 죽음으로 끝이 나는 약 80여 년의 유한한 인생인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나의 영원한 집이 아니다. 얼마 동안 머무르다가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한때의 여인숙이다. 내가 쓰고 있는 이 육체의 장막은 나의 영원한 몸이 아니다. 얼마 후 벗어 놓아야 할 일시적인 육의 옷으로 죽으면 썩어 버리는 그릇에 불과하다. 우리는 지상의 나그네로서 죽음 앞에는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

인생 나그네 길에 어떤 이는 고독한 여행을 하고, 어떤 이는 행복한 여행을 하고, 어떤 이는 괴로운 여행을 하고, 어떤 이는 즐거운 여행을 하기도 한다. 산다는 것은 길을 가는 것이다,. 사람은 사람이 가는 길이 있다. 짐승은 사람의 길을 갈 수 없고 사람은 짐승의 길을 가서는 안 된다. 인간의 양심과 체면과 도리를 저버리고 짐승처럼 추잡하고 잔악한 행동을 할 때 그는 짐승의 차원으로 전락하고 만다.

100년도 안 되는 인생길에서 근심 걱정 없는 사람이 없고 출세하기 싫은 사람이 없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이 없고 흉허물 없는 사람이 없다. 세상에 영원한 것도 없고 우리는 잠시 다니러 온 세상인데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고 사이좋게 어우러져서 살다가 가야지 않겠는가. 우리 인간이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순간이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 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다. 태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하다.

우리가 살면서 줄 것이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하나.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 하지 맙시다.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 번 못 펴고 인생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 났다고 남의 것을 탐내는지 모르겠다 살다 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다지만 잠시 대역 연기하는 것 아닌가.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라던가.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다보면 멈추기도 하지요. 우리는 그렇게 사는 것으로 삶이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구름이 스러짐이다.

우리 인생길이 아무리 고달프고 힘든 가시밭길이라고 하지만 우리 걸어온 인생역정은 왜 그리 험난했고 눈물로 얼룩진 한 많은 세월이었는지! 하루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려웠던 보릿고개를 슬픈 운명으로 넘어온 꽃다운 젊은 날들! 돌아보면 굽이굽이 눈물겨운 날들이었다. 지금은 무심한 세월의 파도에 밀려 육신은 이미 여기저기 성한데 하나 없고 주변의 가까운 지인들은 하나 둘씩 귀천의 길로 사라지고 있는데 정신은 자꾸만 혼미해지는 황혼 길이라. 그래도 지금까지 힘든 세월 견디며 자식들 잘 길러 최소한의 부모 의무 다하고 무거운 발걸음 이끌고 여기까지 왔으며 이제는 남에게 빚이 없고 원한이 없으니 기본적으로 잘 살았다고 생각한다.

인생 나이 70 넘으면 이성의 벽이 허물어지고 가는 시간 가는 순서 다 없어지니 흉허물 없고 부담 없는 좋은 친구와 하고픈 취미생활 마음껏 다하며 남은 인생 후회 없이 즐겁게 살다 가야지 않겠는가. 이 세상 어느 날 갑자기 소리 없이 훌쩍 떠날 적에 돈도 명예도 사랑도 미움도 가져갈 것 하나 없는 빈손이요. 동행해 줄 사람도 하나 없다. 행여나 사랑 때문에 가슴에 묻어둔 아픔이 남아 있다면 미련 없이 다 떨쳐 버리고 좋은 친구와 남은 인생 건강한 몸으로 후회 없이 살아가야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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