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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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수필가

사는 게 서로 비슷비슷할 때는 정으로 얽혀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었다. 오늘의 삶은 지나친 경쟁과 물질만능주의, 부의 대물림이나 부의 쏠림현상, 거기에다 취업난까지 겹치면서 빈부격차만 벌여놓았다. 상대적 빈곤선 아래에 머무는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괴로워한다. 자해를 시도하거나 기회가 맞닿으면 사회 불만을 표출되기도 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내 소득 수준으로는 먹고 살기도 벅찬데 고소득층의 소득은 상상 이상이니 내 재산이나 삶은 초라할 수밖에 없다. 최근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일상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면서 자신의 상황과 비교하는 게 쉬워졌다. 타인의 삶에 비해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잦아졌다. ‘페이스 북 우울증’이란 신조어가 그 산물이다. 특히 중산층이나 고학력자, 지식인 계층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들은 사회의 서민층보다 정보를 더 많이 접하고 덩달아 상류층의 삶을 쉬 들여다본다. 상대적 빈곤을 자연스레 느끼게 되고 이는 박탈감으로 이어진다.

정치학자 Theodore Gurr(시어도어 거)는 그의 저서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정치적 반란의 주요 원동력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내가 마땅히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현실적으로 누릴 수 있는 것 간의 격차가 불만을 낳고, 이 불만이 집단적인 폭력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집단행동에도 이런 감정이 동력으로 작용하는 건 아닌지…. 그런 감정을 부추기는 세력이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사실처럼 와 닿게 된다.

더구나 인간의 감정 한 편에는 남의 것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또 다른 감정이 도사린다. 상대적 빈곤이나 박탈감이 자연스레 생겨나는 이유다. 자신이 가진 능력이나 자질은 제대로 보지 않고, 남처럼 하고 싶어 하는, 상대가 가진 것을 무턱대고 가지고자 하는 감정들이 욕망으로 분출된다. 이런 욕망이 좌절될 때 그 박탈감은 여러 양태의 행동으로 표출된다는 게 심리학자들의 주장이다. 자신을 남과 비교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하라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이나 자질에 맞춰 분수에 맞는 상황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털어내고 묵묵히 자기 분수에 맞춰 산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사회를 등지고 살지 않은 한 온갖 미디어에서 쏟아내는 화려한 삶의 모습들을 외면하며 사는 건 힘든 일이다.

노인 빈곤 문제는 더 심각하다. 우리 사회에는 먹고 살기가 힘든 빈곤층 노인이 48%(2013)나 된다. 더 심화되리란 예측이다. 50세 전후에 퇴직을 종용받는 게 우리 사회의 직장 현실이다. 그런데 수명은 100세를 향해 나아간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사회복지를 확충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노인을 부양할 젊은 인구가 늘어나야 하는 데 출산율은 해마다 떨어진다. 젊은 세대의 세 부담은 불 보듯 뻔하다. 섣부른 포퓰리즘 정책에 기대어서는 온 나라를 가난에 빠뜨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결책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풍족하게 만드는 것이 그 해법이라고 한다. 더 늦기 전에 좋은 일자리 창출에 중지(衆智)를 모아 올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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