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총살 명령을 거부해 수많은 목숨을 구한 고(故) 문형순 전 모슬포경찰서장(경감)을 추모하는 흉상이 제주지방경찰청에 세워졌다.
제주지방경찰청은 1일 지방청 정문 앞에서 4·3관련단체와 대정·성산 생존자 및 유가족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선정된 문 전 서장 흉상 제막식을 가졌다.
특히 이날 제막식에는 문 서장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고춘언씨(97)와 강순주씨가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고씨는 “살아생전에 내 몸이 아무리 불편해도 이번 제막행사만큼은 반드시 참석하겠다고 생각했다”며 문 전 서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강씨 역시 “4·3이 재조명되면서 70년이 지난 지금 당신의 업적이 인정받게 돼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며 “생을 마칠 때까지 고마움을 간직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문 전 서장은 독립군 출신으로 광복 후 경찰에 입문, 성산포경찰서장으로 재직할 당시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군 당국이 예비 검속된 주민들을 학살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부당한 명령은 따를 수 없다”며 이를 거부, 수백 명의 생명을 지켰다.
이에 앞서 모슬포경찰서장으로 근무하던 1948년 12월 군경이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좌익총책을 검거하고 관련자 100여 명의 명단을 압수하면서 이들이 처형될 위기에 놓이자 자수를 권유, 전원 훈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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