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완충지대는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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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대표·산림치유지도사/논설위원

완충지대가 있다. 서로 간의 긴장관계를 완화시키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공간이다. 대립하는 국가 사이에는 중립지대를 설정하기도 한다.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사이에는 완충녹지가 존재한다. 소음이나 오염·혼잡으로부터 삶의 공간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대립과 충돌의 시작은 개인에서부터 출발한다. 이것이 확산되면 지역 간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국가 간의 문제로 비화되기도 한다.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일수록 구성원들의 생각은 각양각색이다. 이해관계 또한 복잡하다. 그래서 대립은 불가피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 사는 우리는 더욱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하루하루 해결해야 할 일들은 쌓인다. 걱정이 많아진다. 쉴 여유가 없다. 힘들고 고단하다. 정신과 몸이 지쳐간다. 그럼에도 쉴 틈 없이 직선으로 달리기만 한다.

어쩌다 주변으로부터 언짢은 말이라도 들으면 쉽게 상처받는다. 오래 오래 마음속에 남아 잊히지 않는다.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그리고 문뜩 눈물이 난다. 자신이 살아온 삶이 덧없음을 느끼기에…. 그렇다고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다. 견디고 견디다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을 돌아보고 여백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치고 답답한 마음을 어루만져 줄 곳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자신만이 갖는 ‘내 삶의 완충지대’를 말한다. 바쁜 생활 속에 삶의 활력소를 위해 그만큼 중요해지고 있다.

필자는 숲과 오름을 내 삶의 완충지대로 삼는다. 좁은 사무실 공간에 있다 보니 가끔 생각이 복잡하고 머리가 둔해질 때가 있다. 온갖 문제들로 혼잡스러울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모든 것을 접어두고 곧바로 숲과 오름이 펼쳐놓은 정원으로 달려간다.

시원한 바람을 맞는다. 드넓게 펼쳐진 풍경을 바라본다. 울창한 나무로 뒤덮인 숲길을 걷는다. 오르막과 내리막의 오름길을 걷는다. 땀을 흘린다. 그렇다보면 복잡했던 생각은 어느 새 사라진다. 무거운 짐을 벗은 것처럼 가벼워진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는다. 맑은 정신으로 여정을 그려간다. 계획했던 목표들을 하나씩 풀어간다. 숲과 오름이 깨우쳐준 것처럼 서두르지 않는다. 어제도 그랬듯이 오늘도 그렇게 시작한다. 내일도 그렇게 말이다. 그것이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가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숲과 오름이 주는 치유를 통해 정신을 관리하고 경영하고 있음이다.

이처럼 제주에는 언제나 달려가 정신을 치유할 수 있는 숲과 오름이 있다. 그들은 우리가 오는 것을 한 번도 싫어한 적이 없다. 막아서지도 않는다. 그대로 돌려보내지 않는다. 반드시 행복의 선물을 건넨다. 여유롭고 편안하고 안정된 마음이 되도록 치유해준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받은 행복의 선물은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 이웃에게 나눠줄 수 있는 여유까지 생긴다.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대화로 그 마음을 전한다. 흐르는 강물처럼 주변을 촉촉하게 적신다. 행복한 마음이 사회로 퍼져나가는 디딤돌이 된다.

이처럼 내 삶의 완충지대를 갖는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숲과 오름처럼 언제든지 달려가 안길 수 있는 곳이면 더욱 좋다. 가까운 오름 하나를 정해도 무방하다. 그곳을 벗 삼아 친하게 지낸다. 그렇게 하다보면 긴장했던 마음이 봄눈 녹 듯 자연스럽게 녹아내린다. 이 가을에 정신과 몸을 건강하게 치유할 수 있는 내 삶의 완충지대 하나쯤 장만해놓으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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