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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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김종필 증언록’에 지금은 고인이 된 JP가 전두환 신군부 시절 당시 노태우 보안사령관에게 훈수했던 ‘2인자’ 이야기가 나온다. 노태우가 신군부의 2인자냐 하는 설왕설래가 있던 때였다. 그는 2인자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두 가지를 얘기해 줬다고 한다.

첫째는 절대로 1인자를 넘겨다보지 마라. 비굴할 정도는 안 되겠지만 품격을 유지하면서 고개를 숙여야 한다.

둘째는 있는 성의를 다해서 일관되게 1인자를 보좌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느끼게 해라. 조금도 의심을 받을 만한 일은 하지 마라. 때가 올 때까지 1인자를 잘 보좌해야 한다. 억울한 일이 있어도 참고 넘겨야 한다. 참는다는 것은 참을 수 있는 게 참는 게 아니라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게 진정한 인내다.

▲JP는 박정희 정권 18년 동안 2인자를 자처하던 적잖은 인물들이 무대 뒤로 사라졌다고 술회했다. 그가 거론한 이는 김형욱 4대 중앙정보부장, 김성곤 공화당 재정위원장, 이후락 6대 중앙정보부장, 차지철 청와대 경호실장이 대표적이다.

그러면서 이들의 끝은 좋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김형욱은 망명을 떠나 조국과 대통령을 비난하다 외국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김성곤은 1971년 대통령의 뜻에 반해 오치성 내무장관 해임안 가결을 주도한 ‘10·2 항명 파동’으로 은퇴했다. 그는 내각책임제 아래서 실권을 가진 국무총리를 꿈꿨다. 이후락은 ‘김대중 납치사건’을 주도해 정권을 위기에 빠뜨렸다. 차지철은 부여된 권한 이상의 위세를 떨치다 총탄을 맞아 불귀의 객이 됐다.”

JP 역시 공화당 창당 준비 과정에서 5·16 동지들의 반발로 1963년 ‘자의반 타의반’으로 1차 외유를 떠났다. 이듬해는 한일회담에 대한 여론 악화로 2차 외유를 해야 했다. 1968년엔 대권 도전설이 나돌면서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다.

▲요즘 정국에 2인자론이 부상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 기간 중 국가정보원장 등을 대동해 비무장지대 남북 공동유해발굴 현장을 시찰한 후부터다. 야당으로부터 “또 다른 차지철, 또 다른 최순실을 보고 싶지 않으니 자기 정치를 하려면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말까지 들었다. 청와대는 임 실장의 ‘자기 정치’란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맞대응했다.

2인자에겐 꽃길도 있고, 가시밭길도 있다. 그래서 임 실장의 향후 행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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