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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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영, 시인/논설위원

전설적인 의사 화타(145~208)는 위태로운 사람들을 기적적으로 치료하고, 관우가 어깨에 독화살을 맞았을 때는 뼈를 긁어내어 치료하였다. 조조의 편두통을 뇌수술로 고치려 했다가 살해 의심을 받아 사형 당했다고 한다. 우리 제주에도 의술이 신의 경지에 달하였던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며, 월계 진국태(1680~1745)가 대표적 예로 그는 벼슬을 마다하고 고향사람들의 병을 고치며 살았다.

언젠가 방송되었던 중국 산골 의사도 마을 사람들에게는 화타나 진국태 같은 존재였다. 그는 공인된 기관에서 배우지 않고 조상 대대로 내려온 방식을 응용하며, 산야의 약초로 사람들을 치료했다. 마을 사람들은 고열이 나도, 뼈가 부러져도 그를 찾고, 병이 나으면 쌀밥 한 바구니와 닭 한 마리를 그의 오두막에 놓았다. 그는 궁색하지만 치유에 관한 노래를 어린 아들과 함께 부르며 약초를 캐고, 그 효능을 기록하며 만족하였다.

의사 면허도 없는 그를 찾아오는 도시의 말기 암 환자들도 있었다. 큰 병원과 유명한 의사들이 다 포기한 환자가 그의 도움을 받으러 오는 것이었다. 아픈 사람을 낫도록 하는 개인의 특별한 능력과 정성은 동서고금을 통해 의학의 바탕이며 시발점이었을 것이다.

과학의 발달로 다양한 장비와 시술, 약이 가능해진 지금 의사들은, 팔 다리를 잃어버리면 로봇의 일부를 착용하듯 기계를 보조로 몸에 붙여서 사라진 기능을 대신한다. 건물을 보수하듯이 무너진 뼈에 쇠를 박아 고치고, 외부에서 구한 장기를 짜깁기하듯이 붙여서 기능을 하게도 한다. 컴퓨터를 이용해서 앞으로는 시각장애인도 잘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어마어마해진 의료 사업이 아직도 해결 못하는 수많은 난치병들이 있다. 몸이 죽어 가는데 그 진행을 막을 길이 없는 환자들은 현대의학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게 마련이다. 그들은 영적 능력을 지닌 치유자, 숨어있는 현대의 ‘화타’를 갈구한다. 우리 주변에도 치유의 대가들이 있어서 스스로 약초의 기능을 터득하여 불치병을 고치거나, 자신만의 독특한 침과 뜸으로 환자들을 고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대단한 현인으로 존경받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면허 없이 의료행위를 하는 범죄자로 여겨지기도 한다. 아픈 사람 눈에는 고령에도 건강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는 그들 자신이 바로 치유 능력의 산 증거인 듯 보인다.

수많은 병원과 한의사들을 거쳐도 낫지 않아서 면허 없는 민간인 치유사를 찾아가는 환자들은 증상도 다양하다. 얼굴이 일그러진 채 굳어버리거나 계속 떨리는 사람, 잔뿌리가 마르듯이 말초신경들이 썩어가면서 발가락들이 오그라드는 사람, 이명과 난청, 류마티즘, 파킨슨병 등 온갖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 부위별로 침을 꽂고, 뜸을 하고 부황을 붙이며 나으려고 희망을 붙들고 있다.

엄청난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도 여러 가지 병에 치료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현대의학의 단점이 보완되려면 앞으로도 많은 세월이 걸릴 것이다. 부수적으로 의사들의 직관과 환자를 살리려는 지극한 정성도 필수적일 것 같다. 발달된 기술을 자랑하면서 치과의사가 치료할 수 있는 이를 그냥 뽑아버리고 보조 장치로 돈 벌이를 추구한다든가, 환자를 자기나 가족처럼 소중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고 얼마나 지불 가능한 존재인가 재면서 수입원으로 보는 의사가 늘어간다면 진정한 화타는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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