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 ‘평화의 새 전설’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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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국 부국장

‘세계평화의 섬’ 제주의 상징이자 민족의 영산(靈山)인 한라산이 주목받고 있다.

남과 북의 두 정상이 북녘 최고봉 백두산에서 환한 얼굴로 손을 맞잡았던 명장면을 남녘 최고봉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까 해서다.

지난 9월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깜짝 백두산 산책’으로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한라산에도 백록담이 있는데 백두산 천지처럼 물이 밑에서 솟지 않고 내린 비만 있어서 좀 가물 때는 마른다”고 소개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이 천지 물에 다 담가서 앞으로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는 “백두산에 용이 살다가 올라갔다는 말도 있고, 아흔아홉명의 선녀가 물이 너무 맑아서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전설도 있다”고 전하고 “두 분께서 오셔서 또 다른 전설이 생겼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는 덕담도 꺼냈다.

김정숙 여사는 “한라산 물을 갖고 왔다.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부부는 백두와 한라의 ‘합수’를 연출했다.

이제 김 위원장의 답방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평양에서 합의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에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북악산을 오르면서 “‘백두에서 한라까지’라는 말도 있으니 (김 위원장이) 원한다면 한라산 구경도 시켜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제가 (북한에) 올라갔을 때 워낙 따뜻한 환대를 받아서 실제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할 때 어디로 가야 하는지 걱정이 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제주행이 성사될 경우 제주도는 한라산 정상 산책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백록담 부근에 시설된 헬기장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록담 분화구에서 이·착륙하는 것도 방법이다. 2016년 한라산 연대 등을 밝히기 위한 백록담 시추 작업 당시 헬기가 착륙한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결심이 서고, 기상 여건 등 변수가 없다면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한라산에 오른다면 설문대 할망(할머니)이 치마폭에 흙을 담아 운반해 산을 만들었다는 전설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달콤한 감귤을 맛보며 10여 년간 진행되다 끊긴 감귤 북한 보내기 등 남북교류 사업의 진전과 평화의 물꼬를 틀 수도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의 생모 고용희의 아버지 고경택이 제주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외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지도 궁금해진다.

문 대통령이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로 시작하는 연설을 했듯이 김 위원장도 평화의 메시지로 화답하기를 기대해본다.

1991년 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 1996년 김영삼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2004년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2010년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참석한 정상회의가 열렸던 제주. 이곳이 평화의 중심지로 다시 떠오를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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