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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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는 1970년대 일본에서 나온 신조어다. 6개월 넘게 집에 틀어박혀 외부와 접촉을 끊은 젊은이들을 지칭한다. 급기야 이들은 1990년대부터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넘게 집안에 틀어박혀 인터넷·게임에만 빠져 사니 그럴 만도 했다.

당시 일본에선 은둔형 외톨이가 생기면 집안은 풍비박산 났다. 방에서 꼼짝하지 않은 채 누구도 못 들어오게 하고, 아무 것도 치우지 않아 온 집안에 악취가 진동했다. 심지어 점점 난폭해져 부모에게 폭력을 휘두르는가 하면 집을 부수기도 했다. 부모의 요구가 자기 희망과 다른 상황에서 대화 단절이 주원인이라고 한다. 세상에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청년층에서 취업실패형 은둔형 외톨이가 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주원인은 질병이나 학업 문제, 대인관계 부적응이 꼽혀왔다. 하지만 질 좋은 일자리가 줄면서 졸업 후 집에서 죽치는 청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08년 처음엔 20만명을 조금 웃돌다가 2017년 25만여 명, 2018년엔 29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매년 5월 15~29세 청년층 미취업자 가운데 ‘집에서 그냥 시간을 보낸다’고 답한 사람을 파악한 통계다.

이들은 대체로 새벽 3시에 잠들고 오전 11시쯤 일어나 하루 6시간 이상 TV나 컴퓨터, 휴대폰을 봤다. 입사 면접이 있는 날만 문밖으로 나섰다. 구직 기간이 길어지면 주변 전화번호조차 모두 지운다고 한다. 방에서 벗어나기가 그만큼 어려워지는 구조다.

▲한국보다 먼저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겪은 일본은 그 점과 실업의 연관성에 주목해왔다. 실업률이 높을수록 은둔형 외톨이도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응답자의 20.3%가 ‘취직이 잘 안 돼서’ 은둔형 외톨이가 됐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어떤 경우건 외톨이가 되는 건 불안과 절망에 따른 자기혐오와 상실감 탓일 것이다. 겉으론 숨는 것이지만 실은 갇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실업률 증가가 외톨이 증후군의 주원인이라는 분석도 있고 보면 강 건너 불은 더욱 아니다.

결국 청년들로 하여금 볕을 쬐게 하려면 취업시장의 불공정·갑질 행위를 없애고 건강한 일자리 생태계를 만드는 길뿐이다. 청년 취업률도 엄연히 국가간 경쟁력이라는 진단도 있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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