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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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1980년대에 군인들이 야외훈련을 가게 되면 반드시 찾게 되는 물품이 있다. 바로 선글라스다.

얼룩무늬 위장복에는 선글라스를 껴야 자세가 나온다는 믿음에서다. 그런데 가난한 1980년대 군 내무실에는 선글라스가 없다.

그러나 군대에서 못 만드는 게 어디 있나. 내무실에는 안경을 낀 친구가 있게 마련이다.

필기도구 중의 하나인 유성매직펜으로 안경에 검은색을 칠한다.

금방 선글라스가 하나 생긴다.

아마 1980년대에 선글라스를 낀 사병 사진이 있다면 그 선글라스는 거의 일반 안경일 게다.

▲미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 중에는 유독 미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존경해마지 않는 미국의 군인들은 이병이든 대장이든 선글라스를 끼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병도, 대장도 서로 선글라스를 낀 채 대화를 나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신분이 군인이었던 시절에 황당한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선글라스를 끼고 자세를 잡던 대령이 준장이 나타나자마자 바로 선글라스를 벗고 주머니에 담는 것이 아닌가.

‘선글라스에도 계급이 있나’라며 속으로 키득키득 웃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선글라스는 수직사회의 희생물처럼 보였다.

미국의 군인처럼 계급에 상관없이 끼는 게 정상이 아닌가.

특히 눈이 햇빛에 민감하다면 예방차원에서라도 끼는 게 맞다. 또한 도수가 있는 안경에 색을 입힐 수도 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선글라스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6일 청와대 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폼을 잡더라도 대통령 귀국 후에 잡았어야 했다”며 임 실장을 질타했다.

임 실장이 지난달 17일 DMZ 시찰 때 선글라스를 낀 채 통일부장관, 국방부장관, 국정원장 등과 함께한 것을 염두에 두고 비난한 것이다. 당시 임 실장만 선글라스를 낀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콜라가 선글라스라면 사이다는 일반 안경이다. 사람들이 콜라를 마시든, 사이다를 마시든 선택의 문제다.

그런데 “너는 왜 콜라를 마시느냐”며 따지는 것은 찌질하다.

아직도 전근대적 수직사회에 길들여진 탓이다.

그런 머리로는 AI(인공지능) 시대에 서 있는 대한민국을 절대 이끌어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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