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석(羅石) 현민식(玄珉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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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시조시인

얼마 전 서예가요, 수필가인 라석 선생으로부터 두 번째 수필집 망상 속에서를 받았다. 표지화가 눈을 끈다. 삐딱하게 선 나무엔 잎이 서너 개 달려 있다. 그 아래 모자를 벗어놓고 먼 하늘을 쳐다보는 한 노인이 앉아 있다. 왼쪽엔 벌써 가을인가! 춘하에 경작을 게을리 하였으니, 추수야 보잘 것 없구나. 입동에 춥고 배고픈들 누구를 원망하리. 모두가 내 탓이로다.’ 라는 글이 쓰여 있다. 라석 선생은 이 그림을 그리고 스스로 자책하며 다시 힘을 가다듬었다. 고 했다. 책 속엔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자전적 내용의 글이 많이 담겨 있다.

라석 선생은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0여 년 교편을 잡았다. 교사 시절부터 시청 및 경찰국 등의 글을 독점해서 쓸 정도로 붓글씨가 출중하였다. 3·15 부정선거, 4·19, 5·16 쿠데타를 거치면서 교직을 그만 둔다. 부산에서 스승으로부터 사군자를 잠깐 배우고 제주로 돌아온다. 서도를 위해 책을 스승으로 삼고,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독학했다. 또한 계자원 화보를 스승으로 삼고 문인화도 연구했다. 그래서 자력으로 선생만의 필법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서예학원을 20여 년 간 운영했고, 제주도 최초로 서예대전 창립 초대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서단(書團)의 타락(공모전 등)을 시정할 수 없음을 알고, 본인뿐만 아니라 제자들 까지도 상 타는 것에 초월했다. 때문에 작품을 평할 때 작품의 질보다 수상경력만 따지는 현실에 개탄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그 어떤 응모대회에도 초연하다.

그간 바른 서예필법의 완성, 개인전도 여러 번 가졌다. 특히 2010년엔 중국 예술지 회지서화보’ 1081면과 5면 전면에 라석의 서예와 문인화 12점이 실렸다. 사장이며 문예평론가 마오동카이는 산동성은 물론 중국 어디를 살펴도 이만한 필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고 극찬을 했다. 그래서 한국서단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타의에 의해 갑자인상, 제주도문화상, 베이징 올림픽특별상, 국제미술문화상 등 많은 수상도 했다.

라석 선생은 미수에 가까운 나이지만 몸과 맘이 건강하다. 작품 속에 작가의 인품이 녹아 있어야 한다는 말처럼 묵향 속 예인의 기품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자기실현을 위해 작품에 몰두하고 있는 제주의 자랑스러운 원로 서예가다. 먹의 감동을 오랫동안 전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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