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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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세계에서 병법서가 가장 많이 탄생한 곳으로 중국을 가리킨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손자병법 등 3000종이 넘는다. 그만큼 중국 대륙은 전쟁이 잦았다. 문헌에 등장하는 대규모 싸움을 기준으로 해도 횟수가 3700회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전쟁에 시달린 나머지 집에도, 마을에도, 성에도 방벽을 쌓았다. 크게는 만리장성도 그렇다.

의심 많은 왕서방이란 말도 이런 환경에서 연유한다. 손님을 초대해 산해진미에 가까운 음식을 차려놓고도 뒤로는 칼을 숨겼다.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면서 술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칼을 뽑을 것인지를 고심했다. 그래서 지금도 꽌시(系·관계)를 중요시한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조강특위 위원으로 영입한 전원책 변호사를 경질했다. 삼고초려를 해 모셔왔다고한 이에게 해임은 간편한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통보했다. 전 변호사는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감히 청하진 못하나 본래부터 바라던바)”이라며 개혁을 거부하는 정당에 미련이 없다며 응수했다.

이를 지켜보면서 떠오른 말은 중국의 병법서 삼십육계(三十六計)에 나오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이다. 자신은 팔짱을 낀채 지켜만 보고 남의 손을 빌려서 상대방을 친다는 것이다. 손자병법도 상대를 직접 공격하는 공성(攻城)을 하수로 쳤다.

김이 전에게 ‘전례가 없는 전권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데려온 것은 다름 아닌 ‘인적 쇄신’을 위한 것이다. 강경 보수 논객인 전의 손을 빌려 쳐낼 사람을 쳐내겠다는 심사였다. 전도 이에 화답하듯 온실 속 화초, 영혼 없는 모범생, 열정 없는 책상물림을 솎아내고 거친 들판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자라난 들꽃 같은 젊은 인재들을 등용하겠다고 했었다. 욕을 먹더라도 칼자루가 있으니 할 일을 할 것이라고 했으나,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중도하차하는 신세가 됐다.

▲삼십육계에는 ‘반객위주(反客爲主)’도 있다. 원래 객(손님)이 나중에 주인을 몰아내고 자신이 주인이 된다는 말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는 것이다. 호사가들은 김과 전의 분란을 두고 ‘굴러온 돌들이 주인 행세를 하려고 서로 싸운다’라고 비아냥하고 있다. 이를 둘러싼 당내 갈등과 여파는 한동안 진행될 것 같다. 자중지란으로 이어질지, 자승자박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정치평론과 실물 정치는 다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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