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병
의심병
  • 제주일보
  • 승인 2018.11.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효성.명상가

세상을 살면서 염원이 기적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있다. 우리네 할머니, 어머니의 자식을 위한 지극정성은 미담의 주인공이 된다. 하루의 가치를 알아야 하며 먼저 잡는 손으로 갈등과 불신을 씻는 노력을 해야 한다. 탐욕이 만든 물질은 누군가의 슬픈 눈물이며 그릇된 행동은 잘라낼 수 없는 꼬리표가 된다. 행복의 기준을 즐거움과 배려에 맞춰야 하며 우리라는 의식이 필요하다. 환생의 목적은 사랑이 우선이며 삶의 질은 아름다움으로 채워야 한다. 남에게 깊은 상처를 남겨준 잘못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으며 남은 가족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몇 차례 만남을 원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던 약속은 급작스럽게 이루어졌다. 겉으로 보이는 단정함은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몸에 밴 습관이었고 예의범절은 교육자 집안이라는 설명에 걸맞았다. 하지만 차 한 잔의 시간 후 쓸쓸함과 외로움은 순탄하지 못한 결혼생활이 그려졌다. 편히 하자 위로에 부끄러워 꺼내기 힘든 이유는 남편의 지독한 의심병이었다. 나름 훌륭한 직업에 종사하며 주변에서는 신사라고 인정받으나 유독 자기에게는 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참을 수 없는 모멸감과 사사건건 간섭하며 외출이 조금만 늦어도 반드시 부부싸움으로 이어져 그날 함께한 친구들에게 확인을 거치며 전화내역까지 조사한단다. 이제는 그 정도가 심해 인내심의 한계를 느껴 주고받는 선에서 마무리를 하고 싶단다. 자녀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기에 비교적 홀가분하단다. 티끌만큼의 미련도 없고 더욱 이상한 것은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아 막연한 두려움까지 들어 사소한 웃음조차 사라진 지 오래란다. 모른 척할 수 없어 두 사람이 함께한 자리에서 혹시 시댁에 원한을 품은 이가 있으면 나오라 하니 모습을 보였는데 기구한 사연이었다. 본인은 시아버지의 정실부인이었고 외동딸을 시집보내면서 지금의 부를 이룰 수 있도록 친정의 헌신적인 도움이 있었는데 첩을 들여 모함으로 쫓겨나 신세 한탄으로 생을 마감했고 그들이 만든 불행의 씨가 저기 앉아있으니 살아서 받지 못한 빚을 받으려 한단다. 고인이 된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며 영혼의 간절함이다.

무거운 숙제를 남긴 채 돌아서는 부부에게 다시 한번 고민해보라는 당부를 남겼지만, 겨울밤이 유난히 추운 밤이었다. 밝은 목소리로 잠정 별거에 들어가기로 했다는 안부는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