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호군 사망 1년, 바뀐 건 없다
민호군 사망 1년, 바뀐 건 없다
  • 강경태 기자
  • 승인 2018.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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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정치권 재발 방지 약속 감감 무소식…윤창호법 제정 추진과 대조
부친 이상영씨 "안정보장 선도기업은 허울 뿐…학생 보호할 제대로 된 대책 필요"
13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현장실습 중 사고로 숨진 고(故) 이민호군 1주기 추모토론회가 마련됐다
13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현장실습 중 사고로 숨진 고(故) 이민호군 1주기 추모토론회가 마련됐다

또 다른 민호가 다신 나타나질 않길

지난해 제주는 꿈 많은 한 아이를 눈물로 떠나보냈다.

졸업 전 현장실습에 나선 이 아이는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어른들은 잘못을 뉘우치고 서로 다짐했다. 아이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게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하지만 촛불 앞 맹세는 아직까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지난해 1019일 음료 제조회사에서 현장실습 중 제품 적재기 벨트에 목이 끼어 중태에 빠진 고() 이민호군이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숨을 거뒀다.

그의 열여덟 번째 생일을 사흘 앞둔 날이었다.

애도의 물결 속에서 다시는 이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일어나선 안 된다며 나선 이들이 나타났다.

제주지역 26개 시민단체·정당으로 구성된 현장실습 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가 결성됐다. 이들은 민호군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국민들도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 동참했다.

추모촛불은 결실을 맺는 듯 했다. 정치권은 여야 구분 없이 제주를 찾아 민호군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했다.

그리고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는 해당 사업체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제주도교육청의 현장실습 사업장 전수조사로 이어졌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학습과 안전을 위해 현장실습제도 폐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후속조치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유족과 대책위에게 재발 방지 조치를 약속했으나, 사고 이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심지어 유족과 대책위의 사업체 실태조사 참여도 거부했다.

개인사업장이기 때문에 함부로 점검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사고가 난 사업체 기계는 올해 1월 재가동됐다.

이 기계는 진상규명도 후속 점검도 진행된 건 아무 것도 없다.

국회는 현장실습 관련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법을 개정하는데 그쳤다.

장례식장을 찾아 재발 방지를 외쳤던 모습과 사뭇 달랐다.

교육부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사업체에 또 다시 학생들을 내보내려 하고 있다.

선도기업을 선정해 학습형 현장학습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권한이 없다며 여전히 사업체 관리감독에 대해서는 손을 놓은 채 말이다. 이 사업체들은 고용노동부의 안전점검을 받을지도 오리무중이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윤창호씨 관련, 정치권에서 윤창호법 제정에 나서는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민호군 아버지 이상영씨(56)사고가 난 사업체는 제주도에서 인증한 일하기 좋은 기업입니다.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선도기업은 결국 허울만 좋을 뿐이죠. 학습형 현장실습으로는 또 다른 희생자가 나타날 수밖에 없어요. 현장 안전점검 인력 충원 등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대로 된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합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는 현장실습 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 공동대책위원회 주관으로 이민호군 사망 1주기 추모 토론회가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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